[생생 생물학]좋은 환경 만들면 다친 뇌기능 회복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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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사회 변화는 치매 예방과 극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의 장기 기억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정상적인 삶을 어렵게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연유로 많은 신경생물학자와 의학자들은 치매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리-후엘 차이 교수팀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억을 관장하는 전뇌의 특정 부위를 손상시켜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린 형질전환 생쥐를 만들었다. 이들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의 장난감이나 운동기구가 들어 있는 환경에서, 다른 한 그룹은 보통 환경에서 자라게 했다.

그 결과 새로운 환경에서 키운 생쥐가 보통 환경에서 키운 생쥐에 비해 장기기억이 더 많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살아남은 신경세포의 유전자가 더 활발히 활동해서 신경세포 사이의 미세 구조(시냅스)가 효율적으로 재구성됐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환경이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유전자의 활동성은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의 영향을 받는다. 환경 요인은 바로 이 히스톤의 성질을 변화시켜 유전자 발현을 돕는다. 유전자의 후천적인 변화가 신경세포의 기능 회복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상적인 생활환경이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얘기지만 자세한 생물학적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가 그 실마리를 푼 것이다.

신경세포의 손상이나 사멸로 뇌신경망이 망가지면 기억력이 감퇴된다. 하지만 이는 다시 되돌릴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도 기억이 완전히 지워지는 건 아니다. 새로운 유전자 발현을 통해 신경망이 재구성되면 손상된 기억도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생명공학 신약개발 산업도 이처럼 독창적인 기초학문의 성과로 시작되는 것이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과학기술부 뇌프런티어 사업단장 kyungj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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