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산소가 풍족한 삶, 기분도 기억력도 좋아진다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코멘트
참살이를 도와주는 산소 이야기

1998년 더스틴 호프먼과 샤론 스톤이 주연한 영화 ‘스피어’에는 심리학 박사 노먼(호프먼)이 잠수복 없이 수심 300m 심해 기지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인간이 산소통을 메고 잠수할 수 있는 한계는 30m 정도다. 기네스북에는 스페인의 한 어부가 80m까지 잠수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30m 이상이면 수압으로 인해 폐에 무리가 간다. 산소통 등 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수압과 같은 압력의 산소를 공급해야 폐를 보호할 수 있다.

민물거북이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가사상태로 몰아 산소 없이도 3개월이나 물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민물거북이는 이런 능력을 이용해 겨울 동안 얼어붙은 연못이나 진흙 속에서 산다.

반면 포유동물은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심한 경우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른다.

○ ‘불의 공기’에서 ‘산소’로

1774년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여러 화합물을 가열하다가 우연히 특이한 능력을 가진 공기를 발견했다. 그는 이 공기가 불을 맹렬히 타오르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 ‘불의 공기’라고 불렀다. 프리스틀리는 이 공기를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에게 알렸다.

라부아지에는 계속된 실험을 통해 이 공기가 새로운 원소임을 밝혀내고 ‘산소(Oxygen)’라고 명명했다.

Oxygen은 그리스어로 ‘신맛이 있다’란 뜻의 Oxy와 ‘생성된다’란 의미의 ‘gennao’의 합성어다. 산소와 결합한 뒤 생긴 생성물들이 산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매년 산소 10만 분의 1씩 줄어

숲은 산소의 주요 공급원. 대개 큰 나무 한 그루에서 두 사람이 하루 동안 숨쉬는 데 필요한 양보다 조금 더 많은 산소가 배출된다. 식물이 매년 대기 속으로 방출하는 산소량은 약 2000억 t.

특히 세계 최대의 밀림으로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일대는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어낸다.

바다도 대형 산소 공장이다. 바다 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산소량은 지구 산소의 70%에 이른다.

하지만 환경훼손과 오염으로 산소의 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벌채와 쓰레기 발생에 따른 삼림 훼손으로 아마존 산림의 30∼4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도 여의도 면적의 5배에 이르는 5000ha의 산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도쿄 공대 요시다 나오히로 교수는 “지구상의 산소는 매년 10만 분의 1씩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추세대로 산소가 계속 줄면 10만 년 후에는 ‘산소 없는 지구’가 된다.

○ 산소가 포유류 키워

포유류의 몸을 키운 것은 산소라는 가설이 있다. 지구 대기의 산소량이 증가할수록 포유류의 몸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해양학자 폴 팔코우스키 교수에 따르면 대서양 밑 퇴적암의 탄소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한 결과 2억 년 전 지구 대기의 산소량이 현재의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00만 년 전 거대 태반을 가진 동물이 출현했을 때 산소량은 현재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산소에 대해 꼭 알아둬야 할 3가지▼

산소 농도 21∼23% 때 가장 쾌적…서울은 20.8%

하루 2000Cal의 에너지가 필요한 성인 남성이 소모하는 산소의 양은 500L. 이 가운데 뇌에서 소비되는 양이 20∼30% 안팎이다. 뇌가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다른 기관에 비해 10배 이상 산소를 필요로 한다.

독일의 한 신경심리학자는 1996년 산소가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했다. 1분간 산소를 흡입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 12개의 단어를 주고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산소를 마신 집단이 10분 후에는 91%, 24시간 후에는 41%가 기억력이 좋았다.

대개 어린이는 7분, 중고교생은 10분, 성인은 15분 이상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 힘들지만 웃음으로 산소 공급이 증가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

산소의 필요성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산소 결핍의 심각성은 잘 모른다. 울창한 숲이나 탁 트인 해변에서 살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산소 결핍 상태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매년 400만 L의 공기를 호흡한다. 공기에 든 산소를 통해 영양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방출하고 생명 활동으로 생긴 폐기물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사람은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1∼23%일 때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 서울 지역에 평균 산소 농도는 20.8%. 숲 속이나 탁 트인 바닷가의 산소 농도 21.9%와 불과 1% 차이밖에 안 나지만 느끼는 쾌적함은 전혀 다르다.

환기 안 한 방 오래 있으면 집중력 떨어지고 졸려

밀폐된 차 안에서 자다가 사망하는 것은 인체가 필요한 만큼 산소를 호흡하지 못했기 때문. 2004년 국내 한 방송사가 밀폐된 차 안에 5명을 태우고 시동을 걸자 30분 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20.4%에서 18.5%로 낮아졌다. 45분이 지나자 호흡이 곤란해져 실험을 중지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실험에 따르면 산소 농도가 18%일 때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가 빨라진다. 피로도가 50%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농도 산소가 사고와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처럼 단열과 보온을 중시하는 건물은 실내 공기가 환기되지 않으면 산소 농도가 낮아진다. 아파트 방문을 닫고 3시간이 지나자 20.4%였던 산소 농도가 20.0%로 떨어졌고 7시간이 지난 후에는 19.6%로 낮아졌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반대로 늘어났다. 창문을 열자 산소 농도는 20.4%로 회복됐다.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 서유현 소장은 “환기가 안 되는 방에 오래 있으면 산소 부족으로 주의 집중을 못하고 졸린다”고 설명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19∼20%로 떨어지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구토 두통 증세가 나타난다.

산모 배 속은 산소 적어…태아 위해 가벼운 운동을

산모의 배 속은 고산지대보다 산소가 희박하다. 산모가 충분한 양의 산소를 태아에게 보내주지 못하면 저체중아나 정신지체아를 낳기 쉽다. 더 나아가 조산과 유산의 위험도 높아진다. 적당한 운동은 혈액을 활발하게 순환시켜 아기에게 신선한 영양과 산소를 전달한다. 또 숨을 깊숙이 들이마시는 복식호흡은 태아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 좋다.

담배 속에 든 일산화탄소는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비슷한 농도다. 이런 자극성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체는 자기방어를 위해 반사적으로 기관지를 좁게 만들어 산소가 폐까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다.

과음한 다음 날 찾아오는 숙취는 저산소 상태를 의미한다. 알코올의 분해에는 산소가 대량 필요하다. 마시는 술의 양에 정비례해 필요한 산소량도 늘어난다.

허파뿐 아니라 피부도 땀구멍을 통해 숨을 쉰다. 피부로 들어온 산소는 피부조직 내 당류를 연소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 시킨다. 피부호흡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며 열이 발산된다. 또 독소 등 유독물질이 밖으로 빠져나간다.

피부호흡은 폐호흡의 1%에 불과하지만 피부 호흡을 차단하면 40분 내 사망한다. 신체의 절반 이상 화상을 입으면 중태에 빠지는 것은 호흡과 체온조절 작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는 산소 부족이 암 등 심각한 병의 원인이라는 이론을 정립해 1931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의학저널리스트 멕케비는 “자정능력이 제대로 발휘하려면 충분한 산소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질병에 걸리고 조기 노화를 겪는다”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