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화상전화 情을 잇는다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화상전화를 이용하면 상대방에게 주변의 풍경이나 사물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조영주 KTF사장이 포르투갈에 있는 김순태 참사관에게 김창렬 화백의 그림을 보여 주고 있다. 홍진환 기자
화상전화를 이용하면 상대방에게 주변의 풍경이나 사물을 보여 줄 수도 있다. 조영주 KTF사장이 포르투갈에 있는 김순태 참사관에게 김창렬 화백의 그림을 보여 주고 있다. 홍진환 기자
《“친구 만나는데 안경을 벗고 해야겠네요.”

이달 초 죽마고우(竹馬故友)와의 국제 화상통화를 앞두고 조영주 KTF 사장이 한 말이다.

그동안 조 사장은 KTF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관련해 수없이 화상통화 연습을 해 봤지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조 사장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포르투갈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김순태 참사관과 화상통화를 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7월 3세대(3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KTF 조영주 사장 죽마고우인 포르투갈 김순태 참사관과 통화

○ 40년 동안 가깝게 오래 사귄 벗

‘디지털 세상’ 기사목록

▶ 화상전화 情을 잇는다

▶ 통화 기다릴 땐 뮤직비디오가 반긴다

▶ 도로 막혔는지 뚫렸는지 휴대전화만 보면 훤해요

▶ “당신을 보여줘”… 화상통화 본격화

▶ 현장에서/한국에 하이콘셉트 기업은 있는가

▶ “연내 한국어 서비스 ‘제2인생’ 즐기세요”

▶ “너를 닮고 싶다”… 디카, 경계파괴

▶ 봄나들이 사진 잘 찍으려면

▶ 삼성테크윈 ‘i시리즈’ 시판기념 경품행사 外

▶ 게임기-PMP 영어를 만나다

▶ 재미있는 영어 소프트웨어

▶ 돈 없어 외국어 공부 못해?… 카페에 와보세요

조 사장과 김 참사관은 40년 가까운 인연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6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할 때도 서울에서 같은 학원을 다녔다. 결혼을 한 뒤에도 가족들끼리 만나 왔다. 가깝게 오래 사귄 벗이란 친구(親舊)의 의미가 딱 들어맞는다.

1년 만에 친구의 얼굴을 본 조 사장은 웃음을 띠며 말문을 열었다.

“2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행사가 있어 다녀왔어. 그때 만났어야 하는데 못 봐서 무척 아쉬웠어.”

김 참사관은 “아 그래. 이동통신 관련 행사에서 조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TV로 봤어. 친한 친구가 통신업계에 있으니까 그쪽 뉴스는 잘 챙겨서 보는 편이야”라고 답했다.

이어 “음성통화 할 때는 복장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화상통화를 하니 용모를 단정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조 사장이 “너야 본래 잘생겨서 괜찮아”라고 친구를 치켜세워 줬다.

김 참사관은 “인물은 조 사장이 더 잘생겼지”라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 리스본 시내와 서울 사무실 서로 보여 줘

다음 대화에선 화상통화의 다른 장점이 발휘됐다. 서로 주변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한국은 개나리 철이라 아주 경치가 좋아. 포르투갈에는 어떤 꽃이 피어 있어?”

“개나리는 없지만 다른 꽃은 많지. 개양귀비 꽃이 유명하고, 마오미케르라는 금잔화 종류도 많아. 연인들이 서로 선물하는 꽃인데 ‘나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의미라더군.”

“그럼 경치가 아주 좋겠네. 사무실하고 바깥 풍경 좀 보여 줄래?”

김 참사관은 “사무실 내부는 보안사항”이라며 화상통화 버튼을 껐다. 잠시 후 그는 창가로 나가 리스본 시내를 휴대전화를 통해 보여 줬다. 눈부신 아침 햇살 속에 야트막한 건물들과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도 환성을 질렀다. 조 사장은 “경치가 아주 좋다”며 “오늘 리스본에 갔다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우리 사무실도 보여 줄게”라며 물방울을 그린 김창렬 화백의 그림과 ‘시중화중시(詩中畵中詩·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란 내용의 서예작품을 보여 줬다.

○ “표정을 보고 말하니 참 좋아”

김 참사관에 따르면 포르투갈에서 화상통화가 상용화된 것은 9개월 남짓 됐지만 아직 보급은 많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음성으로만 통화하다가 화상통화를 하니 마주 보면서 대화하는 것 같다. 특히 표정을 보고 말하니 우정(友情)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얼마 전 만난 다른 친구인 노모 교수의 안부를 전했다.

“노 교수가 너에게 안부 전해 달라고 하더라. 며칠 뒤 노 교수랑 셋이서 함께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눠 보자. 여럿이 함께 하는 화상회의 기능도 있거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대화는 30분이 넘게 계속됐다. 이역만리 떨어진 친구와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감격스러운지 조 사장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차마 내키지 않는 듯 작별인사를 했다. 경상도 사나이들답게 “건강하게 잘 지내라.”(조 사장), “고맙다. 또 연락하자”(김 참사관)란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만만찮은 여운이 남는 듯했다.

○ 화상통화는 음성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울 것

통화를 마친 후 소감을 묻자 조 사장은 “이해인 수녀의 말씀대로 친구는 ‘부를 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이자 ‘존재 자체로 기쁨을 주는 존재’”라고 시(詩)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까까머리 시절, 여드름이 콕콕 박혀 있던 시절부터 보아 온 친구와 이야기를 하니 감개가 무량하군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친구의 주름을 보면서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 사장은 화상통화 시대의 의미에 대해 “화상통화는 사람 감각의 80%를 차지하는 시각을 통해 듣고 말하는 전화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화상통화를 통해 사람 간의 정과 사랑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3G 이동통신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는 지난해 5월 상용화됐다. 올해 3월부터 전국 서비스가 시작돼 전국 어디서나 화상통화가 가능해졌다. 현재 3G 이동통신이 상용화된 세계 26개국과 국제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글=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쇼 ‘마이 라이브’ 효자네!

조영주 사장의 휴대전화에는 그의 효도를 도와주는 기능이 하나 있다.

경북 성주에 계신 어머님 댁을 휴대전화로 언제든 볼 수 있는 KTF 쇼(SHOW) ‘마이 라이브(my Live)’가 그것이다. 어머님 댁의 실시간 동영상은 거실에 설치된 웹 카메라가 전송해 준다. 조 사장의 어머님은 올해 미수(米壽·88세)로 시골집에서 살고 계시며, 근처에 사는 형제가 어머님을 봉양하고 있다.

조 사장이 어머님 댁을 연결하자 넓은 시골집 마루가 보였다. 그의 어머님은 한 아주머니와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 사장은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가끔 어머님을 찾는다”며 “적적하실 텐데 친구가 계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몇 달 전만 해도 매일 어머니의 음성을 들으며 건강이 어떠신지 헤아렸는데, 이제는 언제든 어머님 모습을 보며 건강을 살필 수 있어 너무나 기쁩니다. 이렇게 어머님 댁을 보다가 가끔 바로 화상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눈이 어두운 어머님을 위해 ‘단축키’도 만들어 드렸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들 전화로 연결이 되는 기능이다.

“화상 전화나 단축키를 어머님께서 무척이나 신기해하시더군요. 저도 생각날 때마다 어머님 얼굴을 뵐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신기술이 효자노릇 하는 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습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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