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 주도권 빼앗길까 초조감 느낀듯

입력 2005-12-16 01:08수정 2009-09-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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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세계줄기세포 허브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15일 밤 서울대병원에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 건물은 불이 꺼진 채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이 올해 추출했다고 밝힌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11개가 모두 허위일 수도 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세간의 눈길은 황 교수를 향하고 있다.

가짜가 확실하다면 황 교수팀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2004년 논문 발표 후 부담감 느껴

황 교수팀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1개 얻는 데 성공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하지만 16명의 여성에게서 난자 242개를 제공받아 줄기세포 1개를 얻은 데 대해 학계에서 성공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남성이나 노인의 체세포로도 실험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체세포와 난자가 잘 융합한 것이 아니라 난자가 자연적으로 분열(무성생식)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 교수는 이런 반응에 부담을 느껴 연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황 교수팀은 올해 5월 발표한 문제의 논문에서는 185개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얻어 지난해에 비해 실험 성공률을 10배 이상 높였다고 밝혔다. 또 남녀노소 불문하고 실험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MBC PD수첩팀에 제보한 내부 연구원 출신 R 씨는 “10년 후에나 가능한 기술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진행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원들은 몰랐을까

황 교수팀이 올해 발표한 논문의 저자는 모두 25명. 이 가운에 누구도 줄기세포를 본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팀은 여러 팀으로 나눠서 각자 맡은 일만 수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윤곽은 모를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 수의대팀은 핵이 제거된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복제)시켜 배아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이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하는 것은 미즈메디병원팀의 몫이었다.

서울대 의대팀은 환자로부터 체세포를 채취하거나 이 줄기세포를 동물에 이식하는 과정을 담당했다.

따라서 예컨대 미즈메디병원팀은 황 교수팀이 건네준 배아가 ‘복제배아’인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일반배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줄기세포는 겉으로 봐서는 복제배아에서 추출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 냉동배아에서 추출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MBC PD수첩팀에 제보한 내부 연구원 출신 R 씨는 어떻게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R 씨는 지난해 2월 황 교수팀이 인간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처음 추출한 연구과정에 참여한 인물로 논문 공동저자의 한 명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하지만 논문 게재 후 황 교수팀을 떠났기 때문에 올해 연구 성과에는 간여하지 않았다.

이런 ‘외부인’이 논문의 허위 가능성을 제기할 정도인데 내부 연구원들이 몰랐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 각계 성원 어떻게 되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에 대한 민관의 지원은 2003년 12월 황 교수가 광우병 내성 소와 장기(臟器) 이식용 무균 돼지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민관이 이미 지원했거나 지원을 약속한 규모는 모두 합쳐 1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신변보호 등 무형의 지원 경비는 제외한 액수다. 그러나 황 교수 연구가 ‘가짜’로 최종 확인될 경우 이 같은 지원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서울대병원에 ‘세계줄기세포허브’ 건립 비용으로 65억 원을 지원했다. 또 서울대 수의대에 ‘황우석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고 총 265억 원의 지원비용 가운데 올해 예산에 100억 원을 반영해 집행했다. 또 별도의 연구실 건립비 40억 원과 연구개발비 125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6월 황 교수를 ‘제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해 최대 5년 동안 매년 3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달 8일에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핵심 원천기술’로 지정해 해외 특허출원 경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도 봇물을 이뤘다. 경기도는 295억 원이 들어가는 ‘황우석 바이오장기연구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8일 착공식을 가졌다. 황 교수 연구팀에 무균돼지 실험농장과 실험용 돼지 등을 무상 제공해 온 충남 홍성군은 7일 황 교수 연구팀의 농장을 ‘황우석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경제적 지원 외에 정부는 황 교수를 ‘국가요인’으로 지정해 경찰과 국가정보원의 신변보호를 받도록 배려했다. 황 교수 연구실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특별 보안 지원을 해 왔다.

민간 차원에서는 지난해 12월 익명의 기업인이 황 교수가 특허출원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6억 원을 쾌척해 화제를 모았다.

앞서 포스코는 황 교수에게 5년간 매년 3억 원씩 1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해 서울대는 황 교수를 서울대 사상 처음 석좌교수에 임명했다. 농협중앙회도 황 교수에게 ‘축산발전 연구 후원기금’으로 10억 원을 전달했다.

또 최근 MBC가 난자 제공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뒤 난자 기증을 약속한 여성이 1000명을 넘어섰고 황 교수 팬클럽 인터넷 카페인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 수는 2만7000명을 돌파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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