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환]동물용 항생제 세계 최다 사용 막으려면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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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양식장에서 기르는 향어와 송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이라는 발암 의심 물질이 검출되어 국민은 먹을거리 때문에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말라카이트그린이란 목재나 섬유의 염색에 쓰이는 화학약품이지만 양식 어류의 곰팡이나 세균 번식을 막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 물질은 발암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1990년대부터 어류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관계 당국의 근시안적인 어민보호책, 농축수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마다 서로 다른 관리체계, 그리고 어민들의 무분별한 약물 남용 등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이런 약품을 사용해 양식 어류의 상품성을 높이면 당장은 어민 소득에 도움이 되겠으나 국민의 신뢰를 잃었을 때 돌아오는 부메랑은 너무 크다. 당국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결국은 어민에게 이득이 됨을 깨달아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도 감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 수입, 유통 소비 과정 단계마다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서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들여오는 장어는 해양수산부, 양념된 장어는 보건복지부가 맡고, 소나 돼지를 키울 때는 농림부가, 가공 포장된 식육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담당하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리부서들 사이에 일관성 있는 관리원칙도 부재하고 상호협조도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어민들이 법적인 제재 없이 이런 약물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어민에게 허용된 ‘자가치료’ 법조항 때문에 수의사의 처방 및 조제도 없이 말라카이트그린 같은 독성약물뿐 아니라 페니실린, 재생불량성빈혈을 일으키는 클로르암페니콜,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포함한 항생제나 호르몬제 등 거의 모든 약물을 구입할 수 있다.

수산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연구원의 정기국회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동물용항생제 사용량은 연간 1500만 t으로 낙농축산품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1.2배인 덴마크의 사용량(94t)의 16배에 이르며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투여 경로를 보면 배합사료(54%), 농어민의 자가 치료(40%)로 94%가 수의사의 처방이 없었다. 또 자가 치료의 허용은 동물마취제의 범죄 악용 문제를 계속 일으켜 왔다.

당장에 비용이 더 들어가겠지만 자가 치료 조항을 없애고 전문 의료인의 처방에 따라 정확한 투약 방법을 지키며, 출하 전에는 안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참살이(웰빙)와 생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 않은가.

김태환 서울종합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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