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오지 어린이들 “저희도 인터넷 친구 사귀고 싶어요”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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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시대에 인터넷 이용에서 소외된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아이들이 마윤경 양 집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소망 가운데 하나는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다. 고흥=문병기 기자
유비쿼터스 시대에 인터넷 이용에서 소외된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 아이들이 마윤경 양 집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소망 가운데 하나는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다. 고흥=문병기 기자
“빨리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돼 숙제도 하고 컴퓨터로 친구들도 사귀고 싶어요.”

전남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마윤경(12) 양은 다음 달 1일 개학을 앞두고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버스로 30분 걸리는 면사무소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방학숙제 가운데 ‘주제가 있는 인터넷 여행’ 등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열리는 요즘 보기 드문 ‘인터넷 없는 마을’이다. 마 양은 “남열리 학생만 10명이 넘는데 면사무소 컴퓨터는 8대밖에 되지 않아 숙제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 어린이들은 학기 중에도 숙제가 부담스럽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학생들이 컴퓨터실에 몰리는 탓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숙제를 하기 때문에 점심을 거르기 일쑤다.

19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남열리에 인터넷망이 개설되지 않은 이유는 전화국에서 거리가 멀고 인터넷 사용자가 적어 초고속 인터넷망 개설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 현재 국토 면적의 3%에 사는 10여만 가구가 남열리처럼 초고속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없다.

외딴 곳이라도 초고속 인터넷망 대신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위성 인터넷은 초기 설치비용이 약 40만 원으로 비싼 편이며 기상 여건에 따라 접속이 자주 끊긴다. 전화선을 통한 인터넷망은 속도가 느린 데다 이용요금이 비싸다. 남열리에서도 3, 4가구가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느린 속도와 비싼 요금 때문에 사용을 포기했다.

최근 학교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따라가는 데에도 힘에 부친다. 이는 몇 가구 되지 않는 오지마을의 젊은 가정이 도시로 이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마 양의 아버지 마재원(50) 씨는 “고향을 지키면서 아이들을 남부끄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는데 쉽지 않다”며 “교육 문제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도회지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열리 마인태(56) 이장은 “3년 전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보자는 생각에 군수와 국회의원을 찾았지만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부 지역엔 선생님까지 파견해 인터넷 교육을 하고 있다는데 정부가 (비용을) 조금만 보조해 줘 최소한 인터넷이라도 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마을에 당분간 인터넷망이 깔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담당 부처인 정보통신부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흥=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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