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름 불청객 불쾌지수 줄이기

  • 입력 2005년 6월 2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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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이은 장대비로 시작된 장마가 앞으로 한 달가량 이어질 전망이다. 장마라고 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는 언제나 습하고 날은 어두침침하다. 게다가 기온은 한여름과 다를 바 없이 높으니 사소한 일에도 왈칵 짜증이 나기 쉽다.

○ 불쾌지수는 온습도 ‘기분’ 지수

장마철에 사람들이 궂은 하늘처럼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불쾌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1957년 미국에서 고안된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경험적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보통 오후 3시의 온도계 기온과 온도계에 젖은 거즈를 붙여 측정한 ‘습구온도’를 기준으로 불쾌지수를 산출한다.

불쾌지수는 1959년 여름 미국 300여 개 도시에서 발표된 뒤부터 일기예보에 포함됐다. 그러나 사람마다 더위와 습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불쾌지수 발표가 불쾌감을 더욱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어 최근에는 ‘온습도지수’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 온도 낮춰도 공기 축축하면 불쾌

불쾌지수는 온도보다는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장마철에는 날이 궂어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아 강한 불쾌감이 느껴진다.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에 가까운 말초혈관의 혈류량이 늘어 땀은 많아지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수분과 전해질만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혈액량이 줄어 근육으로의 에너지 공급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쉽게 피로해진다. 따라서 장마철에는 컨디션 유지를 위해 물과 함께 무기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남부 유럽 등 우리나라보다 여름철 기온이 높은 지역에 가 보면 ‘생각보다는 견딜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습기가 낮아서 땀이 나더라도 바로 말라서 끈적이지 않기 때문. 이런 기후대에서는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남성 정장을 입을 때 ‘여름에도 긴팔 셔츠를 갖추는 것이 에티켓’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것은 여름철 습도가 낮은 유럽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 습도를 잡아라

불쾌감을 줄이려면 기온과 습도를 함께 낮춰야 한다. 그러나 에어컨을 지나치게 틀면 냉방병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실내외 온도 차는 5∼8도 정도, 실내 온도는 23∼25도로 유지하면서 한두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

에어컨이 없을 때는 선풍기와 함께 소형 제습기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실내 습도는 50∼60% 정도면 적당하다. 습기가 심할 때는 2, 3일에 한 번 정도 보일러를 틀어주는 것이 좋다. 실내의 눅눅한 냄새와 습기를 빨아들이는 제습제를 비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고 활동량이 적어지면 기분이 쉽게 우울해진다. 잠이 많아져 하루 종일 무기력해 하거나 식욕이 늘어 살이 찌는 사람도 있다. 날씨가 나쁘다고 집안에만 있지 말고 가끔 가까운 곳에라도 외출을 하자. 실내조명은 가능한 한 환하게 밝힌다.

자기 전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너무 차지 않은 물로 샤워를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단 몸과 머리를 완전히 말리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율무에 몸속의 습한 기운을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 여름에 즐겨 먹을 것을 권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정신과 윤세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

불쾌지수에 따른 불쾌감 정도
68∼70쾌적
70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타남
75전체 10%가 불쾌감을 느낌
80전체 50%가 불쾌감을 느낌
83모든 사람이 불쾌감을 느낌
86 이상모든 사람이 심한 불쾌감을 느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장마철 식중독 끓여먹으면 괜찮다?…독소는 안 없어져▼

덥고 축축한 장마철에는 음식이 상하기 쉬워 배앓이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바짝 익힌 고기나 생선은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재료와 주방 위생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다. 음식을 끓이고 익혔다고 해서 무조건 식중독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람 피부에 많은 ‘포도상구균’은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조리한 음식물에서 번식하면서 독소를 만들어 낸다. 이 독소는 끓이거나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으므로 음식을 익혀 먹더라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음식은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이 독소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대개 1, 2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도 하지만 구역질과 두통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 균이 장에 들어와서 증식을 한 후에 독소를 내거나 장 점막을 침범해 생기는 식중독도 있다. 이런 식중독은 음식을 먹고 3∼7일 정도 잠복기가 지나야 복통과 설사가 나타난다.

세균성 이질이 이 경우에 속한다. 이질에 걸리면 설사에 피 또는 끈적끈적하게 덩어리진 점액이 섞여 나온다. 심한 열과 구토, 설사에 따른 탈수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중독은 물과 음식을 잘 끓이고 익혀 먹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장마철 냉장실 온도는 5도 아래로 낮춰 놓자. 먹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그냥 넣지 말고 한번 끓이거나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운 다음 보관한다. 한번 사용한 칼, 도마, 식기, 행주는 반드시 끓는 물에 살균해야 한다.

날로 먹는 음식을 삼가고 과일 껍질은 벗겨서 먹는 것이 좋다. 조리와 식사 전후, 외출 후, 용변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도움말=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오원섭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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