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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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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할머니 집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MS에 대한 전략을 구상했던 것이 시초였다. 그 뒤 그가 싱크 위크를 통해 내놓은 전략들은 MS와 정보기술(IT) 업계에 큰 파장을 낳았다.
보완성이 강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온라인 비디오 게임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모두 싱크 위크에서 시작됐던 것. 게이츠 씨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면서 그 같은 전략을 구상할까.
월스트리트 저널(29일자)이 그의 은둔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지난달 그를 방문해 하루를 함께했다.
며칠을 혼자 보낸 탓인지 그는 “와줘서 고맙다”며 기자의 방문을 매우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이곳 출입이 허락된 사람은 간단한 식사를 챙겨 주는 관리인뿐. ‘세계 최대 부호’ 게이츠 씨의 2층짜리 별장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는 창 너머로 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아침을 생략하고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이날 점심 메뉴는 구운 치즈 샌드위치와 조개 수프.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2층 침실에서 보낸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침실 벽에는 빅토르 위고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침대와 컴퓨터 책상이 단출하게 놓여 있었다. 여기서 그는 전 세계 MS 사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제안서를 읽는다. 때론 18시간 내내 독서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그가 읽을 보고서는 MS 직원이라면 누구나 제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비서진에 의해 1차 심사를 거친 뒤 채택된다. 그는 기자에게 지난 사흘 동안 56편의 보고서를 읽었다면서 “기존 기록(112편)을 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100편은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용이 마음에 들면 즉각 담당 직원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관계자들이 즉각 답장을 보내오고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오간다. 이날은 영국 MS 연구팀의 인터넷 웜 바이러스에 대한 보고서가 그의 관심을 끈 듯했다.
그는 “제시한 비전이 매우 마음에 든다”라는 e메일을 관계자들에게 발송했다. 이 밖에 주목할 만한 보고서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메모를 적어 함께 보냈다.
싱크 위크가 끝나면 실질적인 실현 방안들이 논의된다. 이번 싱크 위크 동안 그의 독서 목록에 오른 보고서는 총 300편. 이 중 31편이 컴퓨터 바이러스 차단 등에 대한 보안 관련 항목으로 제일 많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MS사의 관심이 어느 분야에 집중돼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그가 읽은 보고서는 ‘2005년도 컴퓨터 트렌드 보고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전략’, MS 교육용 제품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고서 등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빌 게이츠 회장의 '싱크 위크(Think Week)' 주요 독서 목록▼
△컴퓨터 트렌드: 웹 사이트, 그래픽 등 컴퓨터 최신 흐름 보고서
△교육: MS 교육용 소프트웨어 현황 및 관련 권고안
△언어: 베트남어, 루마니아어 등도 손쉽게 지원 가능한 소프트웨어 관련 보고서
△업무 관련: MS 사무실 업무 생산성 향상 방안 및 관련 소프트웨어 제안서
△보안: 웜 바이러스 최단기 차단 삭제 방법 보고서
△비디오 게임: 향후 20년을 겨냥한 비디오 게임 개발 장기 전략 기획서그림=최남진 기자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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