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돌진 혜성 레이저로 막는다

  • 입력 2005년 1월 20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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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지구와 충돌할 혜성에 접근해 강력한 레이저를 쏘는 상상도. 사진제공 미국항공우주국 랭글리 연구소
우주선이 지구와 충돌할 혜성에 접근해 강력한 레이저를 쏘는 상상도. 사진제공 미국항공우주국 랭글리 연구소
○NASA-연세대 공동연구 진행

2075년 어느 날 지구방위사령부 산하 지구접근천체 연구실의 과학자들에게 ‘1급 비상’이 떨어진다. 달에 설치된 거대 망원경에 16개월 후 지구에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름 1㎞짜리 혜성이 포착됐기 때문. 이 정도면 지구문명을 파괴할 만한 위력을 가진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국가가 힘을 합쳐 지구에 충돌할 혜성(소행성)에 대비해 강력한 레이저를 쏠 수 있는 우주선을 개발해 두었다. 1개월의 준비 끝에 지구를 떠난 우주선은 3개월여 만에 문제의 혜성에 접근한 후 70일간 100MW 레이저를 쏘아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한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이 내용은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세대에서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근거한 것이다.

○ 핵폭탄이나 거대 거울 동원

지난주 NASA가 발사한 우주탐사선 ‘딥 임팩트’는 7월 초 혜성에 370㎏짜리 물체를 충돌시키고 그 효과를 살펴볼 계획이다. 지구에 충돌할 혜성(소행성)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와 비슷하게 우주선을 직접 천체에 부딪쳐 궤도를 바꾸는 것. 하지만 충분한 속도로 원하는 지점에 부딪치기란 무척 어렵다.

우주선에 핵폭탄을 싣고 가서 천체의 표면에 부딪치는 동시에 폭발시킨다면 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천체가 쪼개져 파편의 일부가 다시 지구에 충돌할 염려가 있다.

또 천체에 커다란 거울을 달거나 ‘거울 입자’를 코팅해 태양에서 오는 입자나 빛을 반사시켜 그 반발력으로 궤도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궤도를 바꾸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 강력한 레이저도 유력

2000년대 들어서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는 우주선을 지구 충돌 천체에 보내 레이저로 천체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NASA와 공동연구를 해 온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상영 교수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레이저를 쏘면 물질이 기화돼 가스로 분출된다”며 “레이저가 강력하다면 분출되는 가스의 추진력이 천체의 궤도를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정확한 지점에 쏴 천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게 장점.

2003년 말 박 교수가 세계적 항공우주공학 전문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MW의 레이저를 지름 100m짜리 소행성에 쏴 궤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구 충돌 2년 전에 8일이면 충분하지만 충돌 6개월 전에는 60일이 걸린다. 지름 1㎞짜리 혜성은 충돌 1년 전에 25MW의 레이저로 3개월간 쏴야 궤도가 바뀐다.

○ OECD 국가 공동 대처

아직 레이저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레이저의 힘이 충분치 않다”며 “50여년 후 기존 화학엔진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엔진이 개발돼 우주선에 장착되면 우주선의 동력으로 100MW의 강력한 레이저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지구를 위협하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다 발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 연구실의 문홍규 연구원은 “이런 천체는 지구 근처를 지나간 후에 관측되는 일이 많고 지름 1㎞ 미만의 천체는 지나가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 재난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을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천체가 지구에 충돌할 때 예상되는 각 나라의 피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런 천체의 충돌 방지나 궤도 변경을 위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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