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신기남 의원 “내 보좌관이…”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52분


15일 오전 9시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기자실. 신기남(辛基南) 의원의 보좌관이 어두운 표정으로 보도자료 2건을 돌렸다.

13일 밤 친노(親盧) 인터넷사이트 ‘서프라이즈’의 총선 관련 채팅(본보 15일자 5면 참조)에서 “박정희씨에게 손녀가 없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신 의원의 발언에 대한 해명자료였다.

신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그 발언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13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된) 채팅 중간에 자리를 떠났고 보좌관이 나머지 채팅을 진행했다”면서 “보좌진을 믿고 대화를 맡긴 실책과 이에 관한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보좌관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실제 ‘박정희 손녀’ 발언의 주인공이라고 지목한 보좌관은 별도로 낸 보도자료에서 “오늘부로 5년간 모셨던 의원님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발언은 내가 자의적으로 입력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내가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고 끝까지 신 의원을 보호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자신의 ID로 채팅이 진행됐던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자신이 도중에 자리를 뜬다는 사실을 채팅을 지켜본 6만여명의 네티즌 등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14일 밤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박정희 손녀’ 발언에 대한 비난이 일자 뒤늦게 해명에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의 해명에 오히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민’이라는 네티즌은 신 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채팅을 어떻게 보좌관에게 맡길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인간이 돼라” “앞으로 총선 후보들은 초등학교 도덕 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서열 2위의 상임중앙위원이다. 총선 후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혹시라도 사퇴하면 새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집권 여당의 의장권한대행을 맡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의 홈페이지 맨 위에는 “순수하고 바른 정치를 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적혀 있다.

이승헌 정치부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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