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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5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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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환경이 발달하면서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만든 다양한 표정의 이모티콘이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인스턴트 메신저로 애인과 채팅을 하던 회사원 김 모 씨(29)는 복잡한 심경을 애인에게 나타내고 싶었다. 곧 결혼할 생각을 하면 웃고 싶고, 영업실적 안 오르는 거 생각하면 울고 싶다. 회의 시간에 동료의 실수를 자신이 뒤집어 쓴 것을 생각하면 화도 나고….
고민 끝에 그는 마우스를 한 차례 클릭 했다. 그리고 그의 애인은 즉시 그를 이해했다.
메신저 창에서 김씨가 표시한 동영상 이모티콘은 울다가 웃으며 화내고 눈물 흘리고 있었다.
최근 6.0 버전을 내놓은 MSN메신저의 업그레이드 된 이모티콘 표시 기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이모티콘이란 ‘^^’(웃는 모습) ‘ㅠ.ㅠ’(우는 모습) 과 같이 텍스트를 이용해 표시하는 아이콘을 가리켰다. 그러다 윈도 운영체제의 그래픽 환경이 발달하면서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만든 다양한 표정의 동그랗고 노란 얼굴로 진화했다.
그러나 그래픽 이모티콘은 제작사에서 만들어 놓은 30∼50가지의 기성 이모티콘 중에서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하기는 불가능했고, 이미 준비된 표정 이외에 사용자가 임의로 표정을 만들어 표시할 수는 없었다.
국내 인스턴트메신저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MSN메신저의 6.0 버전에 와서는 이 같은 이모티콘의 한계가 사라졌다. 김씨가 사용한 것과 같은 동영상 이모티콘이 출현했으며, 원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이모티콘을 그려서 표시할 수 있는 ‘셀프 이모티콘’ 기능이 추가됐다.
MSN메신저6.0은 최근 세계적으로 동시에 공개됐지만 한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측이 예상치 못한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셀프 이모티콘 기능에 이모티콘이 아닌 예쁜 글자체를 그려 넣고 이를 이모티콘 처럼 사용하는 것. 예를 들어 ‘하’라는 글씨를 다양한 색깔로 예쁘게 그린 뒤 셀프 이모티콘으로 등록해 놓고, ‘하’라는 텍스트를 입력할 때 이모티콘을 보이도록 설정하면 ‘하고 싶다’ 와 같은 글을 채팅창에 칠 때 ‘하’자만 컬러풀하게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또 노란 얼굴의 MSN메신저 이모티콘을 패러디해서 사용하는 게 유행. 기존 이모티콘은 귀엽고 깔끔하게 디자인 됐으나, 일부 그래픽 전문가들이 이들 이모티콘을 험악하게 인상을 쓰거나 침을 흘리는 등의 모습으로 바꾼 패러디 버전을 제작해 MSN카페(www.msncafe.net) 메신저사용자모임(www.ifreeworld.co.kr/msn) 등을 통해 내놓고 있다.
MSN 이구환 이사는 “세계 MSN사용자 중 특히 한국인들이 이모티콘을 가장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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