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금융사고 눈덩이…위협받는 사이버거래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12분


《800억원대의 자금을 편법 동원해 17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주가조작 세력이 최근 당국에 적발돼 인터넷 금융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주식거래 및 뱅킹 등 전자 금융거래가 확산될수록 그에 따른 해킹 및 사기 등 사고나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활용한 모바일 금융서비스의 빠른 확산은 더욱 큰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한국은 특히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금융거래의 안전성 및 건강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금융거래 천국, 증가하는 사고 위험=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2000만명. 전체 인구 대비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은 작년 말 기준 30.8%로 금융선진국 미국(13.7%), 싱가포르(9.5%), 영국(16.8)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인터넷뱅킹이 전체 시중은행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5%로 올해 말에는 창구 이용(28.9%)을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사이버 주식거래도 급증해 6월 말 현재 전체 주식거래에서 사이버거래가 무려 6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개설된 전체 증권계좌 가운데 사이버 계좌의 비율은 92.3%로 작년 말 66.4%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거래소 김종욱 부이사장보는 “인터넷 금융거래를 둘러싼 해킹 및 사기 수법이 갈수록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금융사고 잇따른다=인터넷 금융거래가 확산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주식거래에서는 사기세력이 선량한 인터넷 투자자를 현혹해 피해를 주는 일이 늘고 있다. 7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장사 대표 김모씨(33) 등 7명은 인터넷 트레이딩룸을 차려놓고 고가 허수주문과 통정매매 등으로 주당 870원이던 주가를 1만원까지 끌어올린 사례. 전·현직 증권사 직원 등이 포함된 이들 작전세력이 차명 증권계좌 109개를 이용해 거둔 시세차익은 17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에 앞서 5월에는 금융결제원 홈페이지에서 관리자의 ID와 패스워드가 노출되는 보안 결함이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케이블방송 증권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종목을 추천하는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 사이버애널리스트와 전직 방송PD가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이들은 방송 이후 주가가 오르면 차명계좌로 매입해 놓았던 주식을 팔아 1억2200만원의 시세차익을 codrls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배정득 팀장은 “증권거래 사기행위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 채팅, 스팸메일 등을 통해 루머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금융거래 안전성 높인다=인터넷 금융거래의 역기능을 줄이려면 지속적인 보안시스템 확충 외에 공정거래시스템 및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시중 금융기관들은 이에 따라 기존의 신용카드를 2005년까지 집적회로(IC)칩 기반의 스마트카드로 바꿀 예정이다. 금융기관들은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한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면 인터넷상의 신용카드 정보 도용이나 부정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및 CD 등 자동화기기의 거래정보를 암호화함으로써 금융거래 정보의 해킹에 대비하고 있다. 모든 인터넷뱅킹 거래에 비밀번호와 인증키 외에 별도의 개인별 비밀번호를 쓰도록 보안체계를 강화했다. 눈동자의 홍채 정보를 스마트카드에 탑재해 이를 자동화기기 이용시 인증수단으로 활용하는 ‘홍채인식 ATM’도 최근 등장했다. 증권거래소는 증권거래를 둘러싼 허위정보 유포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란지교소프트의 오치영 사장은 “인터넷 금융 관련 피해는 막대한 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네티즌 차원에서는 기존의 보안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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