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변화의 바람 되길…” 네티즌 호소

  • 입력 2003년 8월 7일 16시 36분


“최병렬 대표는 꽹과리를 치고 한나라 지지자들은 축제라도 벌여야 하지 않나. 남북 평화 정착의 공을 민주당에게 주지 않으려고 특검을 이용해 방해했으니 말이다” (ID:ssinmungo)

“DJ는 노벨상을 타기위해 우리나라 경제를 망치고 현대를 망하게 해 정 회장을 자살로 이르게 하였다. 그의 죽음은 DJ에 의한 타살이다.” (ID:cleankorean)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지난 4일 새벽 현대 계동사옥에서 투신 자살한 뒤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정치권에 책임을 묻는 글들이 영결식을 하루 앞둔 7일까지 사이버상에 빗발치고 있다.

한쪽에선 한나라당의 과도한 특검 공세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김대중 정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현대를 끌어들인 것이 근본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한나라 탓” “DJ 탓”이라며 연일 논쟁을 벌이고 게시판 공방은 점차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네티즌이 "지금은 모두가 침묵해야 할 때"라고 외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왜 한 사람의 의연한 죽음 앞에서도 진실을 왜곡하고 서로 싸워야 하는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지금은 모두 침묵하고 애도할 때 아닌가"고 묻는다.

애초 팍스넷(www.paxnet.co.kr)에 株道家라는 닉네임으로 작성된 이 글은 기업의 총수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서 던진 메시지를 다시금 깨우치게 해 네티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는 이 글의 끝에서 "정회장의 죽음 앞에 헛되이 변명하거나 남을 욕하지 맙시다. 그의 뜻을 바르게 알고 그가 원했던 이 시대를 묵묵히 가꿔가는 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입니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인터넷엔 ‘정몽헌을 생각하며’ ‘정몽헌 회장 추모카페’, ‘고 정몽헌씨 애도 모임’ ‘캔들러브’ 등 40여개의 추모 사이트가 잇달아 만들어져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변화의 바람이 되길” 전문▽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아침에 속보로 이 소식을 접했을땐 믿을 수 없었지만 후에 사실임을 알게 되고 참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대그룹을 이끄는 중요한 사람인데 왜 그랬을까'하는 안타까움도 들었으나 '그를 짓누르는 압박감이 얼마나 과중했으면 그랬을까'라고 생각하니 숙연해지도 합니다.

선친의 유업에 따라 남북화해의 물꼬를 터 힘들게 키워놓은 화해의 씨앗이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짓밟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을지 헤아려보면 작금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만 커지는 군요.

예전에 TV로 본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장면이 떠오릅니다.

거대한 현대호를 키워오면서 공과 과도 많은 그였지만 그 촌스러운 장면에선 가슴속 어딘가에서 감동이 솟아오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정주영 회장처럼 고향을 북에 둔 우리 아버지의 감동은 더욱 컸을 것입니다.

눈물로 밤을 새가며 썼을 4장의 유언장을 봤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 - 김윤규 사장에게

아버지가 하시던 평화의 사업을 뜻대로 이루지 못하게 되자 좌절했을 그는 부친에게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자신을 짓누르는 작금의 현실에 얼마나 분개해 했을까요?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까지 논평을 통해 남북경협 노력을 훼손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음을 보고 있을 테니..왜 한 사람의 의연한 죽음 앞에서도 진실을 왜곡하고 서로 싸워야 하는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지금은 모두 침묵하고 애도할 때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를 둘러싼 정치권, 검찰, 국가, 민족 아니 냉전으로 이 한반도를 방치한 열강들과 이 시대가 그를 죽였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책임입니다.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그가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려가면서 이 썩은 시대와 함께 동반자살을 꾀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죽음을 이용한 책임공방과 정쟁 지금은 의미가 없습니다.

더욱이 인명의 소중함과 도리를 아는 백의민족의 예리한 눈은 애도와 함께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그의 죽음 앞에 헛되이 변명하거나 남을 욕하지 맙시다.

그의 뜻을 바르게 알고 그가 원했던 이 시대를 묵묵히 가꿔가는 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입니다.

삼가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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