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옷으로 콜레라 막는다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21분


아이를 물로 씻기는 방글라데시 여인. 그녀가 머리에 쓰고 있는 옷 ‘사리’를 필터로 사용해 콜레라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이를 물로 씻기는 방글라데시 여인. 그녀가 머리에 쓰고 있는 옷 ‘사리’를 필터로 사용해 콜레라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낡은 옷을 필터로 사용해 콜레라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릴랜드대 리타 콜웰 박사는 콜레라가 많은 방글라데시에서 낡은 옷을 사용해 우물이나 강에서 가져온 식수를 걸러 먹었더니 콜레라 발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 전문지인 ‘미 과학원 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이 사용한 옷은 인도나 방글라데시의 여성 전통 의상인 사리였다. 연구팀은 방글라데시의 65개 마을에서 낡은 사리를 1년 6개월 동안 필터로 사용한 결과 이곳에서 콜레라 발생률이 예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콜웰 박사는 “천을 필터로 사용하면 콜레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절반이나 줄어든 것은 매우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천을 네 번 이상 접어 깨끗한 물로 헹군 뒤 햇빛에 말려 필터로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 필터가 모든 콜레라균을 다 걸러내지는 못하지만 식수에 들어 있는 콜레라균의 수를 크게 줄여 콜레라 발생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 옷이 새 옷보다 콜레라 예방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낡은 천에 있는 실이 갈라지고 느슨해지면서 실과 실 사이의 구멍이 새 천보다 더 작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글라데시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콜레라를 막으려는 시도가 많았다. 그러나 첨단 기술은 워낙 돈이 많이 들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고, 방글라데시의 강과 호수, 우물은 여전히 콜레라에 오염돼 있다.

콜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값싼 기술이 비싼 기술보다 콜레라 예방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저개발 국가들이 이 기술을 이용하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콜레라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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