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청주 ‘오송 바이오엑스포’ 알차게 즐기기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07분


“사람 속을 탐험해 보자.” 청소년들이 인체 구조와 역할을 알 수 있도록 만든 걸리버 모형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오송 바이오엑스포 조직위
“사람 속을 탐험해 보자.” 청소년들이 인체 구조와 역할을 알 수 있도록 만든 걸리버 모형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오송 바이오엑스포 조직위

《생명공학기술(BT)이 만드는 무병장수의 도시, 미래의 바이오토피아(Biotopia)가 서울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다. 10월24일까지 충북 청주시 오송생명공학단지에서 열리는 오송 바이오엑스포 행사장은 바이오토피아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녀들에게 생물과 BT의 기본을 이해시키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본보 취재진이 이곳을 둘러본 결과 관람객이 환상적인 미래의 온갖 기술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충북도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초부터 1년 반 동안 ‘열심히’ 행사를 준비했지만 대충 보면 2∼3시간이면 볼거리가 바닥난다. 전시물도 TV나 영화에서 봤던 수준을 넘지 못한다. BT 상품도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건강식품이 많다.

다만 부모가 BT 상식을 미리 공부해 자녀와 함께 전시관을 돌아다니면 아이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국내에서 생명과 BT의 세계에 대해 이만큼 교육 자료를 모아 놓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홍채인식 시스템에 자신의 홍채 정보를 넣는 모습(왼쪽)과 DNA의 암호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도넛 제작과정에 비유한 모형물. 사진제공 오산바이오엑스포 조직위

▽행사장의 얼개〓정문을 통과하면 광장에 DNA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나오고 그 뒤에 생명관, 의약관, 미래관, 산업관, 체험관, 기업관 등 돔 형태의 주제관(主題館)들이 있다. 이 중 생명관 의약관 미래관의 세 곳은 생명의 본질과 BT 등 기본을 알 수 있는 교육 마당이다.

산업관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BT와 관련된 정책을 홍보하는 곳이다. 체험관은 바이오 제품을 체험하는 곳이지만 더러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기기가 눈에 띈다. 기업관은 국내외 관련 기업들의 홍보 마당.

▽이런 전략을 준비하라〓자녀와 함께 갔다면 여러 군데를 구경하기 보다는 생명관 의약관 미래관의 세 곳을 중점적으로 본다.

대충대충 보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으므로 캠코더에 녹화하거나 노트에 적는 등의 방법으로 전시물의 메시지를 이해하도록 한다.

특히 영상물은 반드시 보도록 한다. 생명관에서는 생명의 본질과 유전자 특징 등에 대해, 의약관에서는 인체에 초소형 전투기를 투입해 암을 공략하는 등의 미래의 치료법에 대해서 상영하는데 재미있게 인체와 BT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산업관에서는 고향이나 거주지 자치단체의 BT 산업을 위주로 본다.

부모를 모시고 갔다면 산업관의 여러 상품들을 구경시켜 드리도록 한다.

▽교육마당의 볼만한 것들〓생명관에서는 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제빵회사에서 도넛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한 모형물이 눈길을 끈다. 이 모형물과 화상정보, 패널의 문자 정보를 함께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의약관에서는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제공한 각종 의료기기를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연탄가스 중독을 치료하던 대형 고압산소통을 보면서 자녀들에게 옛 얘기를 들려줄 수 있다.

미래관은 소재관, 식량관, 환경 에너지관의 세 곳으로 나눠져 있는데 소재관에 특히 볼거리가 많다. 새가 왜 하늘을 잘 날 수 있는지 깃털, 뼈,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 대형 패널과 잠자리 뱀 개 물고기가 사물을 각각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시각물이 눈길을 끈다. 또 시드니 올림픽 때 선보인 수영복이 상어의 비늘을 응용했다는 사실, 거미줄 유전자를 미생물에 이식해서 거미줄 섬유를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바이오 소재의 면모를 알 수 있다. 에너지관에서는 폐식용유와 알코올로 움직이는 컨셉트카가 눈길을 끈다.

▽체험에는 가급적 참가하라〓생명관에서는 매시간 30분에 2명씩 뽑아 골다공증, 고지혈증, 치매, 알코올분해 등의 유전자를 검사한다.

미래관에서는 미래의 얼굴을 시뮬레이션하는 체험, 컴퓨터에 홍채 정보를 입력해서 문 앞의 홍채인식기에 눈을 대고난 뒤 문이 열리면 통과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줄이 길어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

체험관에서는 스포츠 과학, 화상(畵像)진료, 암 진단 등을 홈페이지(www.Bio-expo) 예약을 거쳐 직접 해볼 수 있지만 이미 상당 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 뇌혈류, 골밀도, 피부 상태, 스트레스 등은 즉석에서 점검할 수 있다.

전시관 밖 걸리버 인체 여행은 초등학생이 재미있어 하는 곳이다. 엎드려 있는 걸리버 모형의 입을 통해 들어가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와 식도 허파 심장 위장 대장을 거쳐 항문으로 나오는 과정을 통해 인체 내부의 구조와 역할을 배울 수 있다.

청주〓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기초적인 생명공학 용어 알고 가면 재미 두배▼

▨게놈(Genome)〓유전자(Gene)에다 염색체(Chrosome)의 접미어로 ‘전체’를 뜻하는 옴(0me)을 합성한 말. 우리말로는 ‘유전체’. 세포 하나에 들어있는 모든 유전자를 합친 것을 뜻한다.

▨줄기 세포〓신경세포 뼈세포 혈액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되기 이전의 세포.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생긴지 5, 6일 뒤에 나타나는 ‘배아줄기세포’와 사람의 몸에 있는 조혈모(造血母)세포 등 ‘성체줄기세포’로 구분된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특정 세포나 특수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작용하는 단백질의 총합인 프로테옴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 프로테옴은 단백질(Protein·단백질)과 옴(Ome)의 합성어.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유전자정보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처리하는 분야. 유전자 정보를 기능별 조건별로 분류하고 해석하는 것은 전문가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처리한다.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단일염기다형성’으로 번역. 인종이나 개인별 염기의 차이를 말한다. 인간은 인종이나 민족과 상관없이 유전자가 99.9% 일치하지만 0.1%의 SNP 때문에 키와 피부색이 달라지게 된다.

▨DNA칩〓유전자 조각들을 손가락 마디 만한 크기의 칩 안에 고밀도로 모아놓은 생화학 반도체. 특정 질환을 예측하거나 진단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나노 의학〓난쟁이를 뜻한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에서 유래한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말한다. 나노 의학은 나노 기술(NT)을 의학에 적용한 것으로 초소형인 캡슐이나 로봇으로 진단 및 치료 등을 하는 분야.

▼행사장 가까운 관광지…초정약수터-고인쇄박물관등 들를만▼

오송 바이오엑스포는 10월 24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인터넷(www.bio-expo.com)으로 예매할 경우 어른 4000원, 중고생 3000원, 초등학생 2000원이지만 현장에서 표를 사면 1000원씩 더 내야 한다. 5세 이하는 무료.

승용차를 타고 가면 중부고속도로 오창인터체인지나 경부고속도로 청주인터체인지로 들어가면 된다. 주차비는 2000원이지만 주차 가능 대수가 4300여대 뿐이어서 시외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서울 남부터미널에는 하루 40회, 충북 진천터미널에는 하루 69회 행사장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서울역과 대전역에는 행사장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청주공항역까지 운행하는 엑스포 관광열차를 탈 수 있다.

행사장만 보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기 쉽다. 하루 또는 1박2일 코스로 여행 일정을 잡고 인근 명소를 들렀다가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하루 일정일 때에는 아침 일찍 출발해서 행사장과 함께 고인쇄 박물관, ‘운보의 집’, 초정약수터 등을 구경한다.

아이들과 함께 갈 경우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이 발견된 흥덕사터에 있는 인쇄박물관에 들러 보는 것이 좋다. 초정약수터는 세종대왕이 피부병을 고친 곳으로 천연탄산수 성분의 양질의 수질을 자랑한다. 이 지역 목욕탕들은 엑스포 입장권이 있으면 목욕비를 할인해 준다.

1박2일로 가면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 속리산이나 수안보, 대청댐 등을 구경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등산이나 산책을 한 다음 행사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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