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의 神' 프로게이머 변성철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6시 33분


“테트리스 잘하는 비결이요? 빨리 쌓는 것보다 다음에 나올 것을 염두에 두고 모양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그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라는 기자의 반론에 “그것 밖에는 비결이 없다”며 싱긋 웃어보인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변성철씨(21). 184㎝의 훤칠한 키에 연예계로 진출해도 손색없을 만한 얼굴. 그는 최근 스타크래프트 대신 테트리스 게임으로 외도를 했다.

그는 최근 막을 내린 케이블 게임 채널 온게임넷의 ‘테트리스 파이터즈’ 대회에서 첫주 우승한데 이어 3개월간의 대회 기간 내내 11명의 도전자를 모두 물리치며 최강자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낸 것. 담당 PD도 “첫회 섭외할 사람이 없어 대타로 투입했던 변씨가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거둘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초등학교 때부터 테트리스 광(狂)이었어요. 오락실에서 살다시피했죠. 지금은 하루 1, 2시간씩 연습하는게 고작이지만 그 때 쌓인 내공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그는 인터넷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www.hangame.net)의 테트리스 코너에서 3200여점으로 등급이 가장 높은 ‘신(神)’의 반열에 올라있다.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에 소질이 있어서 그런지 테트리스도 굉장히 잘하는 편이예요. 특히 여자선수들 중에 잘하는 선수가 많죠. 김가을 김지혜 선수 등도 신(神)급에 해당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변씨는 테트리스 때문은 아니지만 스타크래프트로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청강문화산업대 컴퓨터게임과에 재학 중인 그는 요즘 공부에 맛들였다. 보통 새벽 늦게까지 게임에 몰두하는 다른 게이머와는 달리 자정 이전에 꼭 잠자리에 들고 오전 5시 기도회에 나가는 모범(?) 청년이다.

“1인칭 액션게임이 나온다면 다시 프로게이머로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게임 프로그래밍 쪽으로 진로를 살리고 싶어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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