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속의 버그를 잡아라" '베타테스트'의 세계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57분


오픈소스 운동의 기수 에릭 레이먼드는 97년 ‘성당과 시장’이란 제목의 논문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성당’이란 중세시대 소수의 성직자들이 지식을 독점한 것처럼 소수의 프로그래머들이 소스코드(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를 독점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비유한 말. ‘시장’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공개된 소스로 공동개발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시장모델이 동일한 문제에 훨씬 많은 전문가를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당모델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리눅스 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업체는 성당형 모델을 채용하고 있다. 소스는 곧 ‘밥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당형 개발모델은 프로그램이 커질수록 안정성이 떨어지고 버그(프로그램의 오류)가 증가하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베타테스트이다.

▼베타테스트▼

소프트웨어의 정품이 나오기 전에 시험판을 가지고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소프트웨어가 상품으로 시장에 나가기 전에 하는 최종 검사과정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베타테스트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의 두 번째 단계다. 첫 번째 테스트는 알파테스트로 개발 회사 내부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수행한다. 알파버전은 버그투성이여서 컴퓨터를 다운시키거나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알파테스트에서 대부분의 버그를 잡아낸 프로그램이 바로 베타버전이다. 베타버전은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베타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은 익지 않은 풋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과 같다. 컴퓨터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신뢰를 송두리째 잃을 수도 있다.

국내 모 게임업체의 경우 베타테스트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제품을 시판, 소비자들의 비난을 들으며 버그수정 패치를 내놓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경쟁사에 대한 우위확보와 시장지배 유지를 위해 성급히 제품을 시판해 가끔씩 문제를 야기했다. 윈도 95나 98, 최근 발표한 익스플로러 5.5 등은 초기 출시판의 오류로 한번씩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어떻게 테스트하나▼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시험판을 평가하는 테스터를 두거나 PC통신 동호회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 인터넷을 통해 베타테스터를 모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워드프로세서 ‘워디안’의 시판을 앞두고 올해 3월 인터넷을 통해 베타테스터 150명을 선발해 4월부터 8월까지 베타테스트를 실시했다.

웹에디터 개발업체 나모인터랙티브처럼 아예 홈페이지에 무료로 베타판을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무료 베타판을 써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의 오류에 대한 제보나 건의사항을 듣자는 것.

베타테스터에게는 정해진 보수가 없다. 보통 MP3 플레이어나 마우스, 티셔츠 같은 상품을 준다. 베타테스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관련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경력관리를 위해 테스트에 참가하기도 한다.

다국적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대규모로 베타테스트를 벌인다. 미국 게임제작사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 1차 베타테스트에는 1000명의 게이머가 참가했다. 블리자드는 이어 무려 10만명의 전세계 게이머들을 동원해 서버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큰 업체의 경우 보통 3차까지 베타테스트를 실시한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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