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바이오벤처다" 교포 과학자들 국내창업 다짐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미국에서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초안이 발표된 직후인 27일 미국 유명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국인 생명공학자 5명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서울의 한 창업투자사를 방문, 투자의사가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유망한 분야로 꼽히던 사업을 국내에서 육성해보고 싶다며 함께 일할 바이오벤처의 선정이나 벤처 설립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타진했다.

한 창투사 직원은 “외국의 경우 벤처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가 끝나는 대로 대형 제약회사 등 ‘큰 손’들이 경영진을 교체하며 창업자의 지분을 줄여나간다”며 “HGP 초안 발표후 해외 체류를 끝내고 국내 바이오기업 경영자로 귀국하려는 연구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창투사들은 국가간 기술 유출 등의 문제 때문에 이들과 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고사업 계획서를 검토중이다.

바이오벤처 업계는 이들의 귀국이 인간게놈 프로젝트 분야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국내 관련기업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첨단 HGP 분야에서 일하던 이들이 국내에서 벤처기업을 세우거나 공동 사업을 벌일 경우 국내 기업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노하우를 전수받아 ‘동반 부상’할 기회를 맞는다는 기대다.

HGP 초안 발표후 창투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기술투자는 27일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현대증권과 공동으로 포항공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연구중인 제노마인에 1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 성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리고 세계적인 기술이 나올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이같은 투자 방식을 택했다. 한국기술투자도 최근 우리기술투자 등 2개 창투사와 함께 바이러스 억제물질과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에 5억원씩 투자했다.

박문환 한국기술투자 생명공학팀장은 “HGP 발표를 계기로 바이오벤처에 대한 출자를 꺼리던 창투사들 사이에서도 2, 3개사 단위로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 유행이 됐다”고 말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며 신약을 개발하던 소규모 제약회사들도 투자유치의 호기를 맞고 있다. 신약물질을 개발해 동물실험을 끝낸 한 제약사는 28일 증권사와 창투사로부터 100억원을 끌어들여 독성 실험에 들어갔다. 정태흠 현대기술투자 생명공학팀장은 “포스트 게놈프로젝트는 대규모 투자로 시작된다”며 “생명공학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채택한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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