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꺾인 벤처열기 '부익부 빈익빈' 심화

  • 입력 2000년 6월 18일 20시 19분


‘사람이 몰리면 우수 벤처?’

뜨거웠던 ‘벤처열풍’이 수그러들면서 벤처에 대한 환상이 깨져가고 있다. 개미투자자는 물론 벤처캐피털조차 ‘묻지마 투자’를 벌였던 때와는 사정이 달라진 것.

요즘에도 투자시 매출 및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하지만 향후 돈을 벌어들일 만한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느냐가 우선적인 고려사항으로 떠올랐다.

신규 사업 진출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벤처와 그렇지 못한 벤처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인력충원과 조직개편 여부가 우수 벤처와 보통 벤처를 판가름짓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등록에 성공한 국내최대 인터넷경매회사 옥션(www.auction.co.kr)은 3월초 65명이던 직원수가 지금은 배이상 늘어 140여명에 이른다. 그동안 관심을 기울여온 C2C(개인간 전자상거래)와 B2C(개인-기업간 전자상거래)외에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시장에 새로 진출하고 데이터베이스마케팅팀 등을 신설하면서 대규모 조직개편이 뒤따랐다. 특히 상대적으로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사업본부를 새로 조직했다.

회원수 557만명을 자랑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하늘사랑(www.skylove.co.kr)은 상당수 벤처들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4월말 일본의 히카리통신캐피털로부터 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직원수는 아직 68명에 불과하지만 3월초보다는 30여명이 늘어난 상태.

김자경 팀장은 “당초 흥하는 벤처와 망하는 벤처간의 판가름이 내년초쯤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시기가 6개월 이상 앞당겨지는 추세”라면서 “올하반기 조정기를 거치면서 벤처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95년말 설립된 ‘고참’ 벤처 나모인터랙티브(www.namo.co.kr)는 별다른 조직개편 없이 인력만 충원된 대표적 사례. 홈페이지 저작소프트웨어 개발 등 사업부문이 이미 확정돼 있어 매출 증대와 비례해 기존 조직을 확대해가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지난해 35억원이던 연간 매출을 100억원으로 끌어올려 4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직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유망한지 아닌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과감히 포기하고 유망 벤처로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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