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잔혹사이트' 충격…잘린 목등 엽기적 사진 가득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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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한모씨(22·여)는 최근 범죄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기겁을 했다. 별생각 없이 ‘죽음의 갤러리’라는 링크를 클릭하자 총에 맞아 끔찍하게 변한 사람 머리, 교통사고로 인해 떨어져 나간 팔, 퉁퉁 부어오른 시신의 얼굴 등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사진들이 모니터에 떠올랐기 때문. 한씨는 며칠 동안 밥맛도 잃고 잠도 이룰 수 없었다 한다.

최근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이같은, 이른바 ‘잔혹 사이트’들이 범람하며 네티즌들의 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다. 외국에서 시작된 ‘잔혹 사이트’는 최근 일부 국내 네티즌들이 모방하면서 국내에만 이미 10여개의 사이트가 개설돼있다.

통신작가의 모임이라는 한 사이트의 ‘엽기적 상상’코너에는 차마 쳐다볼 수 없는 900여장의 ‘하드고어(피가 뒤엉킨)’ 사진과 동영상들로 꽉 차있다. 지난해 7월 개설된 이래 이 사이트를 찾은 방문객만도 224만명에 이르고 있다.

자신을 중학교 3년생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이 만든 사이트도 충격적이다. ‘고어 갤러리(Gore Gallery)’에는 목이 잘려나간 사람의 알몸 사진 등 40여장이 버젓이 올라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의 반응은 사진만큼이나 충격적이다. 게시판에는 “시체 사진이 너무 멋있다” “이 정도는 별로다” 등 이미 이같은 사이트에 익숙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정보제공자의 도덕적 윤리적 준수사항만이 나와있을 뿐 이를 어겼을 때 형사처벌조항이 없다”며 “정보통신부에서 이런 사이트를 찾아내 폐쇄하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曺洙哲)박사는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사이트들은 토막살인사건과 같은 엽기적 사건들을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tigerb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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