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산업' 국가표준 만든다…정부 5년내 R&D예산의 10%투자

  • 입력 2000년 4월 26일 18시 57분


86년 국내 한 전자회사는 세계 최초로 4mm 초소형 캠코더 개발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14년이 흐른 지금, 이 회사의 ‘세계 첫 캠코더’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뒤에 나온 일본 소니의 8mm 캠코더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표준’이었다. 국내 업체는 국제표준을 따는데 총력을 기울인 소니에 결국 참패하고 만 것이다.

소니는 그러나 VCR 분야에서는 참담한 패자가 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소니가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도 싼 베타방식의 제품을 선보였지만 VHS방식을 갖고 뒤늦게 뛰어 든 마쓰시다가 제품 품질이 아닌 표준을 잡는 전략에 성공한 것이다.

‘표준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 세계 시장에서는 이처럼 사활을 건 ‘표준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표준화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표준화 현황을 보면 양적으로도 KS는 국제표준의 4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그나마 제정된 표준도 ‘죽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산업자원부 김종갑(金鍾甲)산업기술국장은 수많은 기준은 양산되고 있으나 “산업현장 및 수출시장과 괴리된 박제표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표준으로 대표되는 기술장벽에 막혀 수출이 감소되는 규모가 98년 기준 연간 205억달러로 반덤핑 규제에 따른 수입감소분보다 무려 13배나 됐다. 같은 표준을 놓고도 정부부처간에 기준이 다른 경우도 흔하다.

정부는 이처럼 미비한 ‘표준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 확충하기 위해 ‘국가표준 5개년계획’을 마련하고 5년내에 표준 관련 예산을 현재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2.3%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산자부가 26일 밝힌 이 계획에 따르면 KS표준을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맞춰 전자상거래 생명 환경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폭 확충키로 했으며 국가표준의 국제부합(附合)화 비율을 유럽연합 수준인 80% 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19개 부처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표준정책의 종합조정을 위해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표준심의회를 본격가동키로 했다. 또 남북한 교역 및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남북표준통일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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