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벤처기업]기술력―수익구조 갖춰야 살아남는다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6분


주가 대폭락으로 벤처업계의 ‘구조개편’이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미래가치’를 중심으로 주가를 견인했던 정보통신(IT) 벤처기업들은 대거 ‘거품론’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전략제휴가 적극 추진되고 이익 중심의 기업경영이 적극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터보테크 장흥순 사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벤처기업이라면 모두 주가가 상승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졌다”면서 “그러나 주가가 폭락하는 시점에서는 확실한 수익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만이 생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은 “기술력과 미래가치를 갖고있는 기업만이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다수 벤처기업은 이미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구조, 그리고 기술경쟁력 등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선점효과’만 내세워 해외 서비스를 검증없이 단순 모방하거나 무료회원 확보경쟁에 나서는 등 실익없는 소모전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거품론’을 부추겨왔다. 대장주(大將株)인 새롬기술의 경우 무료인터넷폰인 다이얼패드 서비스로 국내외에서 6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모집, 선풍을 일으켰지만 회원이 많아질수록 적자가 가중되는 고민에 빠져있다. 회원들의 통화요금을 광고료로 충당할 계획이지만 광고수익은 통화료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 통신에 따르면 새롬이 부담해야 할 3월 한달간 통신요금은 대략 5억원. 광고수입 2억여원을 크게 앞질러 적자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서비스를 자처하는 다음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작년 당기순이익을 87억원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9억원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롬과 다음은 모두 연내 적자 탈출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기술 기반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도 한파를 겪을 전망이다.

e코퍼레이션 유대희 부사장은 “주가상승기에는 인터넷 정보통신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묻지마 투자’가 몰렸다”면서 “이들 중 무늬만 벤처인 기업들은 앞으로 상당수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위기 타개책으로는 온라인(on-line)기업과 오프라인(off-line)기업간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M&A)이 적극 제시되고 있다. 인터넷광고대행사인 온앤오프 강시철사장은 “첨단 정보통신주 중심의 주가폭락은 온라인진출을 노려온 제조업체에는 기회”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활발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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