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BC방송 女사장 인터넷 전직위해 사표던져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여성 최초로 미국의 TV 방송사 사장 자리에 올랐던 ABC 방송의 패트리셔 필리 크루셸(45·사진)이 인터넷 회사로 옮기기 위해 29일 사임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건강 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헬시온/웹엠디(Healtheon/WebMD)의 소비자 파트를 담당하는 최고경영자로 옮긴다. 이 회사의 웹 페이지에 담기는 내용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일 등이 새로 맡은 일.

헬시온/웹엠디는 인터넷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를 창안한 제임스 클라크가 4년 전에 만든 회사로 환자 및 가족 등 소비자와 의사 병원 의료보험회사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기업으로는 가장 크다. 다만 아직 흑자는 내지 못하는 상태.

크루셸은 “나는 기존 언론매체에 25년간 몸담아 왔다”며 “새 회사는 건강 관리 산업을 변혁시키는 최전선에 있어 새 기회를 좇아 직장을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완숙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는 성장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가 대형 방송사 사장직을 내던진 데는 ABC방송 소유주인 월트 디즈니가 자신을 포함한 방송사 주요 간부의 근무장소를 디즈니 본사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부근으로 강압적으로 옮기려 한 것도 작용했다. 방송사 사장도 좋지만 보수적인 옛날식 기업운영 분위기는 더 이상 싫다는 얘기.

크루셸은 1975년 ABC방송에 입사했으며 1998년 사장이 됐다. 바버라 월터스가 진행하는 ‘견해’와 같은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ABC의 주간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시청률을 높이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디즈니사는 인터넷 회사인 고닷컴(Go.com)도 갖고 있지만 주요 간부들이 속속 다른 인터넷 회사로 떠나버려 고전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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