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승부수 최강의 '고객DB'는 누가?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SK텔레콤은 전화료를 몇개월 연체한 고객이라고 해서 모두 강제 탈퇴시키지 않는다.

연체자 가운데서 컴퓨터가 ‘전화료를 낼 사람’을 따로 골라내면 나머지 연체고객을 강제탈퇴시킨다.

8년전 산 TV가 낡아 아이들이 틈만 나면 ‘새 TV를 사자’고 칭얼대는 K씨가족. 어느날 일면식도 없는 삼성전자 직원이 E메일로 “TV를 교체할 때가 됐는데 삼성TV를 사면 시중가보다 20%를 할인해주겠다”고 제의한다. K씨는 ‘마침 잘됐다’며 삼성TV를 산다. 두 회사의 영업기법은 전형적인 고객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이들 기업말고도 각 기업들이 ‘디지털시대에는 최강의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디지털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보고 치열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케팅전문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고객DB를 갖고있는 회사는 카드회사다. 700만명의 고객DB를 갖고있는 삼성카드사와 500만명의 고객 DB를 갖고있는 외환비자카드사. 이들 회사는 고객의 소득수준, 정확한 집주소와 전화번호, 평소 어떤 상품을 많이 구매하는지 심지어 어떤 가게를 잘 가는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제조업체와 제휴, 이 상품을 살만한 사람을 고객DB에서 컴퓨터로 골라낸 뒤 상품 카탈로그를 보내거나 전화판촉 활동으로 신제품을 팔 수 있다. 특히 E메일 주소가 있으면 판촉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골프용품 의류 생활용품에 대해 이미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백화점 역시 풍부한 고객 정보를 갖고 있다. 300만명의 고객DB를 갖고있는 롯데백화점은 각종 경품행사 때 행사에 잘맞을 것 같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마케팅담당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회사는 SK텔레콤. 이 회사는 이동전화 가입자 1100만명과 무선호출기 가입자 200만명에 대한 DB를 갖고 있다. 마케팅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이동전화 번호를 자료로 확보해놓고 있으며 △각종 인터넷 서비스나 디지털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신세대 고객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700만명의 고객DB를 갖고있는 현대자동차는 일정수준 이상의 구매력을 갖춘 고객정보를 갖고있다는 점이 강점. 현대자동차는 이 DB를 이용, 고객의 선호 디자인이나 색깔은 물론 차를 바꿀 시기가 된 고객리스트까지 작성해 영업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금융회사 역시 막강한 DB를 갖추고 있다. 국민은행은 1400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 고객의 소득 및 자산현황, 대출 및 예금기록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에 고객 한 명 한 명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DB를 활용, 현재 집이 없고 신용도가 좋은 고객을 골라내 회사에서 대출을 해줄테니 집을 사라고 권유했을 정도.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양영익부장은 “고객의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고 E메일을 이용하면 판촉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디지털시대에는 고객이 찾기전 회사가 먼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 서비스하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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