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컴퓨터범죄수사반 해킹 소동

  • 입력 2000년 2월 9일 23시 31분


‘호랑이 굴에 낙서를 하고 도망친 장난꾼 여우?’

9일 오후 국내의 컴퓨터 해킹이나 크래킹 범죄 등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대검 컴퓨터범죄전담수사반의 인터넷 사이트(http://dci.sppo.go.kr)에 한 해커가 침입해 일반인은 글을 쓸 수 없는 공간에 낙서를 하고 나간 사실이 밝혀져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이 ‘간 큰’ 해커는 일반인이 글을 올리는 게시판에 들어가 게시판 바로 위 여백에 “상민이 바보”라는 낙서를 하고 나갔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긴급 진화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게시판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종종 발생하는 버그를 이용하면 홈페이지를 만들 정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장난을 칠 수 있다”며 “자료를 도난당하거나 전산망이 상한 것이 아니어서 해킹이나 크래킹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컴퓨터 전문가는 “전산망의 허점을 이용해 침입한 만큼 ‘장난기 어린’ 해킹을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도둑잡는 검사가 도둑을 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이 침입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냈지만 처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 위 여백에 글을 올린 장난이 범죄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이트는 96년6월 개설돼 현재까지 42만여명의 네티즌이 방문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