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엔 금연을"…하루 한갑이상 피우면 외부도움 필요

  • 입력 2000년 2월 9일 11시 53분


“새해에는 담배를 끊겠다”는 다짐을 세 번이나 했던 A산업 강과장(37).

올해도 금연을 선언한 그는 그러나 10일을 넘기지 못한 예년과 달리 한 달이 지나도록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새 천년, 꼭 금연에 성공하고 말테다”라며 어금니를 앙다무는 그는 금연에 완전히 성공할 수 있을까?

1월 1일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은 그의 몸은 현재 담배에 대한 강한 의존성에서 벗어났다. 몸무게가 2㎏ 늘었다. 술자리에서 동료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면 담배 생각이 굴뚝같지만 꾹 참는다.

1999년말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20분 뒤, 강과장의 빨라진 심장박동수와 높아진 체온이 ‘비흡연자’수준으로 낮아졌다. 8시간 뒤, 혈액속에 녹아 있던 일산화탄소가 자취를 감췄다. 24시간 뒤,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틀이 지나자 담배냄새 때문에 손상됐던 후각과 미각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숨쉬기가 눈에 띄게 쉬워졌다.

두달 뒤에는 폐활량이 30%가량 는다. 1년 뒤에는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흡연자의 반으로 줄어든다. 10년 뒤에는 폐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지고 15년이 지나면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진다. 강과장은 52세가 돼야 비로서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것.

서울중앙병원 고윤석교수(호흡기내과)는 “그래도 이 기간동안은 모든 건강지표가 좋아지고 있는 시기”라고 강과장을 비롯한 금연자들을 격려했다.

▽체중〓니코틴은 대사량을 늘리고 식욕을 떨어뜨린다. 금연을 한 뒤부터 살이 찌는 것도 이 때문. 대개 활발해진 대사기능에 적응될 때까지 6개월은 체중이 는다. 2,3㎏는 보통이고 10㎏까지 증가하는 사람도 있다. 출출할 때마다 물을 마시면 체중증가를 막을 수 있다.

▽가래〓담배를 끊으면 가래가 많아지고 더 끈적끈적해진다. 담배 때문에 운동성이 떨어졌던 기관지의 섬모가 다시 건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 ‘몸이 나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 놀라서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

▽추억〓담배에 대한 의존성이 없어지는 기간은 2주지만 그 뒤에도 화장실 술자리에서나 커피 등을 보면 담배생각이 난다. 6개월 까지는 의식적으로 ‘추억의 장소나 물건’을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열 받으면’ 피우고 싶어진다. 화가 나는 순간 벌떡 일어서서 너댓발자국 걸어갔다가 다시 와서 앉는 등 잠시 엉뚱한 동작이나 생각으로 ‘니코틴이 당기는 순간’을 모면하는게 좋다.

하루 반 갑 이하 피웠고, 오전에는 담배를 안 피워도 괜찮으며, 하루 정도는 담배 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나홀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하루 한 갑 이상 피우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이내에 피워 무는 사람, 1주일을 못 버티고 다시 피우는 사람은 강한 중독성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본다.

최근 의학계는 담배 끊는 약인 그락소웰컴사의 ‘부프로피온’(상품명 ‘자이반·Zyban’)을 주목하고 있다. 이 약을 처음 사흘간 하루 150㎎, 이후 이틀에 한 번 같은 양을 7∼12주 복용한 사람의 12개월 금연성공률은 30.3%로 일반인들의 금연성공률(약 10%), 가짜약을 금연약으로 알고 먹은 사람들(15.6%)보다 높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여름 시판 예정. 아직 우리나라에는 수입 계획이 없다.

한방의 금연침도 도움이 된다. 귀에서 폐 기관지 미각 등에 해당하는 경혈을 찾아 압정모양의 침을 놓고 테이프로 붙인 뒤 생각이 날 때마다 만지작거리며 자극을 주면 담배맛이 없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보조적인 방법일 뿐, 침만으로 담배를 끊지는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기. 본인이나 자녀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 기억하기 쉬운 날짜를 택해서 금연을 시작해야 ‘실적’을 그 때 그 때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전과 3범’의 강과장이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새 천년’이라는 큰 계기가 있었기 때문. 좋은 시기를 놓쳤다고 낙심하지 말 것. 음력 새 천년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도움말〓경희의료원 금연클리닉 최도영교수, 서울중앙병원 고윤석교수)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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