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이번엔 「하나로통신」 경영권 다툼

  • 입력 1999년 5월 6일 19시 56분


데이콤 지분제한이 해제되면서 LG가 데이콤의 최대 주주로 등장하게 되자 이번에는 재벌그룹 등이 만든 제2시내전화사업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데이콤은 놓쳤지만 하나로통신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일전불사를 다짐하고 있고 LG는 “데이콤이 하나로통신의 최대주주인 만큼 하나로통신은 크게 봐서 LG의 영향권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로통신의 주요 주주인 SK와 현대도 이 회사가 특정 재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2시내전화 사업자로 4월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하나로통신은 자본금이 9천2백억원으로 데이콤보다 덩치가 큰 대형통신업체. 이 때문에 통신사업 영역확대를 노리는 재벌들이 서로 경영권을 탐내 왔다.

현재 재벌들간의 쟁점은 97년 9월 하나로통신 창립시 주요 주주들이 이면각서로 체결한 합작투자계약서의 폐지여부. 당시 데이콤 삼성 현대 대우 SK 한전 두루넷 등 하나로통신의 7대 주주들은 ‘대주주의 경영권이 소유지분 변동이나 기업인수합병 등으로 특정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 대주주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과 소유지분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이면각서에 합의했었다. LG가 데이콤에 입성할 것에 대비해 하나로통신까지 넘보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 각서대로라면 LG는 데이콤의 주인이 되는 즉시 데이콤의 하나로통신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면각서에는 ‘주요주주가 3년 이내에 지분을 팔 경우 다른 주요주주들이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데이콤이 하나로통신 지분을 매각할 때 삼성 SK 현대 등 다른 주주들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면각서 대로 실행되면 LG의 하나로통신에 대한 권리는 사라진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주요주주 가운데 데이콤 뿐만 아니라 대우 한전 두루넷 등이 구조조정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 이들은 가능한한 비싼 값에 지분을 팔기 위해 이면각서의 폐지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결국 △이면각서의 폐지를 주장하는 LG △LG의 하나로통신 입성을 반대하는 삼성 현대 SK △최대한 비싸게 하나로통신 지분을 팔려는 대우 한전 두루넷 등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들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여파로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에 따른 정관개정을 위해 7일 이사회를 예정했으나 주주들간에 의견이 갈려 이사회가 연기됐다.

결국 이면각서의 폐지여부를 둘러싼 재벌들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로통신의 주인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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