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아래아 한글」 사업포기… 인터넷분야 진출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한글과컴퓨터사가 주력사업인

‘아래아 글’ ‘한컴오피스’ 등 워드프로세서 사업을 포기한다.

이에 따라 국내 컴퓨터 사용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아래아

한글’워드프로세서가 얼마 안있어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한글과컴퓨터(대표 이찬진)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김재민)는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컴에

1천만∼2천만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한컴은 ‘아래아 한글’ 워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을 전면 포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에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여온

양사가 이처럼 전격적으로 ‘적과의 동침’을 합의한데 대해

소프트웨어업계는 큰 충격과 허탈감에 빠진 분위기.

이날 한컴의 이찬진사장은 “경제가 어려운데다가 불법복제 등으로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며 “비록 아래아 한글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나 생존을

위해 포화상태에 빠진 워드 사업을 정리하고 MS의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워드사업 포기 배경〓사업 부진으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한컴은

제휴사를 국내에서 물색했으나 대기업의 외면으로 ‘백기사’를

찾아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한달 전엔 1차 부도까지 맞았다. 이사장은 결국

한국MS의 김사장을 찾아가 워드사업 포기 의향을 밝히고 투자를

요청했다. 이를 보고받은 빌게이츠 MS회장은 “한컴같은 우수 기업이

망해서는 안된다”며 흔쾌히 투자를 결정했다.

▼한컴과 아래아 한글의 진로〓한컴은 워드사업을 포기하고 MS의

자금을 활용, 인터넷 콘텐츠 분야 사업에 새로 진출할 계획.

한컴의 워드사업 포기에 따라 기존 아래아 한글 구입고객은 앞으로

1년간만 기술지원을 받는다. 한컴은 당분간 기존 제품을 판매하지만 곧

워드 오피스 등 모든 한컴 제품이 단종된다.

▼MS측의 투자계획〓MS는 한컴이 인터넷 콘텐츠 등 분야의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따라 1천만∼2천만달러(약

1백40억∼2백80억원)를 곧 투자한다. 투자금 중 일부는 20% 가량의

한컴 지분을 인수하되 최대주주는 되지 않고 경영권도 행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나머지는 한컴의 기술이나 제품을 구매해주는

형태로 투자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의 워드오피스시장은 MS가

석권하게 된다.

▼이찬진 신화의 몰락〓국회의원까지 포기하며 기업회생에 전념했던

이사장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사장은 90년 ‘아래아

한글’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설립, 아래아

한글이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면서 한국의 빌 게이츠로

떠올랐다.그러나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더 신장하지 못하고 극심한

불법복제로 연간 판매물량이 30만개 정도에 그치면서 심한 경영난에

빠져 결국 핵심사업을 경쟁사에 넘겨주는 수모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번에 워드사업 포기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인터넷과 콘텐츠부문의

특화된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으나 장래는 매우

불투명한 상태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