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슬기」복원 활기…자격루등 잇단 재현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金炳熙 기자] 올해는 찬란한 과학문화를 꽃피웠던 세종대왕 탄신 6백주년이 되는 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때맞춰 전통과학기술센터(센터장 崔炷·최주)를 열면서 우리 과학기술을 분석하고 되살리려는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 연구는 흔히 역사가나 고고학자의 몫으로 알려져있지만 과학기술자들이 문화재나 옛 과학기술 연구에 나서 사실을 새롭게 밝히고 복원에 성공한 예가 적지 않다. KIST 최주박사는 90년대 초 청동기 유물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청동기에 아연이 첨가됐다는 이론을 뒤집었고 지난해 1월에는 납동위원소 측정법을 이용해 중국 요령성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동검(銅劍)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박사는 전통과학기술센터가 만들어짐에 따라 △전통 제철기술 복원 △다뉴세문경 복원 연구 등에 한층 힘을 쏟을 계획이다. 중앙대 화학과 고경신교수는 같은 재료를 쓰는 한국과 중국의 도자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느낌과 색조에서 차이가 나는가를 밝히고 세계학계에 한국 전통도자기의 우수성을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건국대 전기공학과 남문현교수는 13년간의 연구끝에 지난해 자격루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세종때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는 자동제어장치를 통해 종이나 징 북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이 자격루는 남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99년까지 경회루의 원래 위치에 복원될 예정이다. 천문기기 분야에서는 연세대 천문대기학과 나일성교수가 세종때의 지구의인 혼상(渾象)과 혼의(渾儀), 조선 태조때 돌에 새겨 만든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세종때 해시계인 규표(圭票)를 각각 91년과 95년에 재현했다. 고구려때부터 내려온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중국보다 1백50년 앞선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우주사업단 채연석박사는 70년대 초에 화약을 사용한 일종의 로켓무기인 주화(走火)의 설계원리를 밝혀내고 92년 이를 개량한 세종때의 중소 신기전(神機箭)을 복원해 발사실험을 했다. 그는 『세종때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것이 이 신무기개발』이라며 『세종은 로켓기술을 4군6진 개척에 직접 활용했다』고 말했다. 옛 생활용품에서도 과학적 슬기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실장 정동찬)은 유기 나전칠기 화살 옹기 아교 등 예부터 써내려온 일상품들을 현지 조사, 이를 분석해 현대과학과 접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연구자들은 『우리 겨레의 과학적 창의성은 여러 분야에서 사실로 입증됐다』며 『앞으로 전통과학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협동연구체제와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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