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정직하다. 파일을 지운다고 영영 없어지는게 아니다. 그래서 무섭다.
검찰의 한보(韓寶)수사팀도 하드디스크에서 날려버린 파일을 되살려 재미를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보 본사 및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주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한보측이 파손한 비자금 등 관련 파일을 되살려내 모두 복사함으로써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하드디스크에서 이미 지워버린 파일을 되살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가 아니고는 엄두도 못낼 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연애편지도 경리장부도 한번 새겨지면 영원히 남는다고 보면 된다.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를 떼내 완전히 녹이거나 파묻지 않는 한 영화속의 「터미네이터」처럼 파일은 죽여도 되살려내기 십상이다.
지워버린 파일을 되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하다. 파일을 어떤 방법으로 지웠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하드디스크에서 사라진 정보를 살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
삭제한 파일을 찾는 것은 비교적 쉽다. 「unerase」 「undelete」와 같은 도스 유틸리티 명령어를 실행하면 최근 지운 파일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이것을 다시 복구하라는 명령어만 입력하면 지워진 파일이 순식간에 되살아난다.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백지상태로 만들기 위해 「포맷」(format)을 했을 때도 지워진 파일을 찾을 수 있다. 포맷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노턴 유틸리티」와 같은 프로그램만 가지고도 디스크에 남아있는 흔적을 찾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또 하드디스크를 밟거나 긁어 물리적으로 손상시켰더라도 저장되어 있던 정보를 복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최근에는 하드디스크의 물리적인 고장을 전문적으로 고쳐주는 전문업체까지 성업중이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