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해커가 되고싶다구요?』…입문서 잇달아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21분


「洪錫珉 기자」 남의 전산망에 허락없이 침입하는 「해커(Hacker)」. 최근 해커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출판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같은 책은 자칫 죄의식 없는 해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책은 지난 한달 사이에 잇따라 출판된 「X세대 해킹 노하우」와 「해커 X파일」. 초보자를 대상으로 게임 프로그램 크래킹(암호풀기)에서 네트워크 침입법까지 각종 해킹 기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X세대 해킹노하우」의 지은이는 중학교 2학년생인 이모군. 이군은 서문에서 『기존의 해킹 입문서가 너무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에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4장인 전자게시판(BBS) 해킹. 여기엔 「하드 파괴 프로그램」 「시솝(운영자)의 암호 고치기 프로그램」 등이 실려 있다. 「하드 파괴 프로그램」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실행 파일로 만들어 굉장한 유틸리티라고 속인채 사설 BBS의 자료실에 올리면 수많은 사용자가 피해를 보므로 시솝에게만 올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또 『통신초보자를 위한 사설 BBS를 운영할 것』도 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설 BBS에 들어올 때 초보자들은 대부분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 대형 BBS에서 사용하는 사용자이름과 비밀번호를 똑같이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남의 ID를 훔쳐보고 가로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해커X파일」을 지은 김태봉씨(22·소리소문미디어대표)는 책의 서문에서 『최신 해킹 기법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허술하게 운영되는 국내 보안망 체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는 「성폭행을 예방하기 위해 성폭행 테크닉을 가르치는 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킹은 현재 「전산망 보급 확장과 이용촉진법」에 어긋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킹 기법을 담은 책이 출판되는 것에 대해 경찰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해커수사대 윤정경연구관(60)은 『현재 국내에서 출판되고 있는 해커 서적은 초보적인 수준을 다루고 있어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킹관련 서적이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 적잖은 우려가 따르고 있다. 교육적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 이 책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청소년들로 하여금 해킹범죄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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