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폐지안 발의에 상상도 못한 곳서 방문 왔다는데…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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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오락실 업자들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자, 게임기 제작업체 등이 국회와 정부 등 관련 기관에 다양한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지난해 4월 임시국회부터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까지 관련 내용을 다뤘다. 국회 속기록에 의원들의 관련 발언이 나타나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3월 28일 22개 상품권 발행 인증 업체 선정 결과를 발표한 후인 4월 18일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상품권 인증심의 결과를 보면 전부 기득권을 갖고 있는 큰 업체들에 이익이 되도록 배정했다”며 “현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22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지방이라고는 제주도 1군데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 30일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게임물 심의 기간이 너무 길다. 게임물의 생명력은 6개월 정도인데 심의에만 3, 4개월이 걸리면 되겠느냐”며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도 한 게임기 업체의 제보 내용을 인용하며 “6개월 넘게 게임을 개발한 업체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심의만 2, 3개월이 걸리니 분통이 터진다”고 지적했다.

당시 게임 제작업체들은 조속한 심의를 위해 영등위 등을 상대로 꾸준히 로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이 지난해 4월 대표 발의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법안의 경우 지난해 11월 17일 문광위에 상정돼 11월 22일과 12월 5일 두 차례 법안심사소위를 거쳤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이 맡았고 위원으로는 열린우리당 김재홍 이경숙 의원, 한나라당 박형준 정종복 의원이 참여했다.

그러나 소위 속기록을 보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떤 의원도 경품용 상품권 폐지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속기록에는 박 의원이 사행성 게임물을 도박으로 보고 성인오락실은 경찰의 허가를 받도록 한 법안 내용에 대해 “(성인오락실) 1만4000개 업소가 움직이고, 이용하는 수백만 명이 있는데 그걸 사행성 하나로 규정해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한 기록이 나온다.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 발의 작업을 실무적으로 담당했던 강 의원의 전 보좌관은 23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쪽에서까지 전화가 오고 방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을 만나려는 업체가 너무 많아 특정 업체를 연결시키면 곧바로 의원과 해당업체의 연루설이 퍼질 정도였다”며 “그러나 의원의 지역구에 회사가 있는 업체에서 사람이 오면 잠시라도 면회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이 법안을 둘러싸고 로비가 치열했으며, 핵심 쟁점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광위는 이 법안을 다른 의원들이 낸 게임 관련 법안과 통합 심의한다는 명분으로 폐기시켰다. 법안 발의자인 강 의원도 경품용 상품권 폐지 조항 관철을 요구했다는 기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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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업주들
성인오락실 업주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는 23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레이크힐스관광호텔에서 긴급 워크숍을 열었다. 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모임에서 회원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굳은 얼굴로 논의를 거듭했다. 보은=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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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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