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월드컵 속으로]꿈은 의심보다 강하다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코멘트
축구는 아름다운 게임일까, 아니면 부정에 오염된 비즈니스일까.

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탈리아축구계가 희대의 악성 스캔들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세계적인 골키퍼 기기 부폰이 불법 베팅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세리에 A(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2연속 챔피언에 오른 유벤투스는 경찰과 검찰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유벤투스는 탈세와 불법적 심판 고용으로 기소된 상태다. 유벤투스의 중역들은 모두 사퇴했다. 이탈리아축구연맹 회장도 떠났다. 세리에 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정가인 루치아노 모기는 모든 언론으로부터 악의 근원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도 역시 유벤투스의 회장직에서 밀려났다.

이탈리아 심판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번 월드컵 주심으로 뽑힌 마시모 데 산티스는 주심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대표팀 감독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에서 잘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부정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무죄를 외치고 있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이탈리아가 과연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이탈리아는 당시 영웅 파울로 로시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게 알려진 상태에서 스페인에 도착했다. 로시는 2년간 선수자격이 박탈된 상태였지만 곧바로 사면돼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결국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1982년보다 낫지는 않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해 ‘심판 때문에 한국에 졌다’고 주장했던 때의 대표팀보다는 훨씬 강하다.

이탈리아에서 부정부패는 일상적인 삶이다. 패한 뒤엔 언제든 반사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한다. 심판 등 경기 관계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이런 현상은 지구촌 게임인 축구에 독이다. 하지만 최근엔 독일과 벨기에 베트남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에서도 승부조작이 문제가 되고 있다.

축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으로 모든 장벽을 넘나들 듯, 이젠 부정부패가 모든 장벽을 뛰어 넘고 있다. 가장 흔한 부정은 베팅과 관련된 것이다. 중국 상하이의 한 신디케이트가 벨기에리그 6개 팀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였다. 한 크로아티아 카르텔은 독일 베를린에서 심판 로베르트 호이저를 끌어들여 부정을 저질렀다.

축구가 이렇게 부정에 쉽게 노출된다면 과연 누가 이 아름다운 축구를 위한 변명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언론에 아무리 충격적인 헤드라인이 판을 쳐도 축구는 선수를 가난과 절망에서 구해낼 수 있다. 아무리 흉한 스토리가 넘쳐나도 수많은 선수들이 스타로 등장해 명성을 얻고 있다.

펠레는 17세에 월드컵을 거머쥐었다.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던 독일의 22세 다비트 오동코어는 이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가나에서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간 아프리카 출신. 다비트는 축구를 통해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독일사회에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의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꿈은 의심보다 강하다. 월드컵에선 64경기가 열린다. 우리는 이 경기를 지켜보며 전혀 예상치 않았던 신기를 보여주는 선수의 등장에 놀랄 것이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면 프랑스의 영웅 지네딘 지단에게 작별 인사를 보내야 한다. 지단은 마르세유에서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0년간 세계 축구계에서 최고의 선수로 통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이제 자신이 쌓아온 명성과 우리가 보내는 감사라는 두 가지 타이틀에 영원히 작별을 고한다. 우리는 지단을 통해 성실하고 훌륭한 선수는 언젠가는 우승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느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800@ao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