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으로 外高 문닫을 판”

  • 입력 2004년 3월 25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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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외국어고등학교 교장단이 정부의 2·17사교육비 경감대책과 관련해 “외고를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안을 교육부에 제시하기로 했다.

전국 외국어고등학교 교장단은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외고에서 전국 22개 외고 중 19개교 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교장단은 정부가 ‘외고생이 비어문계열 대학 진학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방침에 대해 특히 비판의 목소리를 집중했다.

인천외고 이남정 교장 등은 “이 방침대로라면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외고 조석재 교장은 “외고는 통역사 양성이 아니라 국제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어학을 기반으로 다른 학문을 배워 세계로 나가겠다는 학생들을 가로 막는 게 합리적이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교장은 “연일 학부모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마땅한 답변을 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교장단은 정부가 비동일계열 진학시 실제 불이익을 줄 것에 대비해 법률적 대응을 준비하기로 했다. 입시과목인 선택교과목의 이수단위가 일반고(148단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6단위로 책정된 것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와 반대로 입시와 직접 상관이 없는 전문교과목(영어 등 외국어 3과목)의 이수단위는 일반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2단위로 책정돼 외고생의 입시여건이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외고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교육이 부실해 외고 선호가 높아진 것을 외고가 사교육비 증감의 근원이라고 호도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교장단은 학교 관계자들이 학원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일과 신입생 선발시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출제하는 일은 사교육 과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모든 학교가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교장단은 이날 수도권 5개 학교 교장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가 밝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문제점을 반박하는 등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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