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95…명멸(明滅) (1)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48분


코멘트
눈을 뜨니 여자가 있었다 빈집처럼 텅 비었던 내 마음에 활짝 열린 문으로 여자가 살짝 들어왔다 저고리를 입은 가슴이 봉긋 부풀어 있고 여자가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흔들리는 하얀 치마가 꿈처럼 그러나 숨은 넘어갈 듯 넘어갈 듯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여자가 치마를 떨어뜨렸다 험한 돌아가지 않으면 점점 더 험해질 여자가 창 밖으로 달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는 초승달이 초승달은 질투에 불타는 여자의 얼굴을 닮았다 땡 땡 땡 우리집 시계하고는 전혀 다른 울림이다 돌아갈 시간은 벌써 전에 지났는데 오늘밤은 이미 돌아갈 수 없다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아침을 여자가 들어왔다 아 차가운 발 막 강을 건너온 것처럼 여자가 잡았다 내가 잡은 것이 아니다 여자의 손이 넝쿨처럼 스르륵 뻗어 나와 아 차가운 손 휘감기면 벗어날 수 없는 넝쿨처럼 내 몸에 꽁꽁 휘감겨 내게 매달려 내가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여자가 입맞춤을 했다 미소 짓는 입술 의미 없는 하얀 미소 달빛처럼 눈길을 주고받고 또는 아무 것도 눈도 입술도 몸도 마음도 이름도 아무 것도 나누지 않았을지도 여자가 안았다 나를 안았다 안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이런 꽃이 있었는데 향기도 색도 없는 그저 하얗기만 한 꽃이 이름이 뭐였더라 여자가 귀에 입술을 댔다 속삭이는 말은 없다 속삭이는 이름도 없다 어둠을 비추는 달빛을 피부로 느낀다 그저 안았을 뿐 그저 잠들기 위해 안을 뿐 달빛이 물을 안 듯 물이 달그림자를 안 듯 눈을 감자 여자가 사라졌다.

1936년 9월6일 이자옥 사망 이녀

부 이우철 모 지인혜

1937년 1월22일 이신자 탄생 삼녀

부 이우철 모 지인혜

1937년 6월2일 동아일보 복간

작년 8월27일 총독부 당국으로부터 무기 발행 정지 처분을 받은 본지는, 이후 달수로 11개월, 일수로 279일간을 대기해 오다가 오늘 해정(解停) 지령을 받아, 본일 석간부터 발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1937년 7월7일 노구교(盧溝橋)사건

노구교에서 대치하고 있던 중일 양군은 끝내 야습을 개시한 모양으로, 9일 오전 1시반경부터 소총 기관총 박격포 등의 요란한 작열음이 쉴 새 없이 밤하늘에 울렸으며, 전투는 철야 계속되고 있다.

1937년 10월 15, 16일 조선신궁 대회에 출전

5000m 우승 15분 28초 4 조선 신기록 수립 일본 십걸 제3위

1만m 제2위 32분 19초 2 일본 십걸 제5위

글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