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우중씨 주장 덮어질 일 아니다

  • 입력 2003년 1월 23일 18시 44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1999년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 도피중인 김 전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이 ‘워크아웃’ 전에 직접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피해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파문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김 전 회장이 검찰의 형사처벌을 피해 해외도피한 것이 아닐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은 또 한번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핵심은 김 대통령이 출국을 권유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김 전 회장의 주장대로 ‘그의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주고 되돌아와 대우자동차의 경영권 회복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부채구조조정기간 중에 나가 있으라는 묵계가 있었는지 낱낱이 조사되어야 한다.

청와대측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사실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뜻밖이다. 그렇지 않아도 포천지의 보도처럼 정부가 그동안 김 전 회장을 체포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추측이 있었기에 그의 주장을 무조건 묵살하는 것은 의혹을 부풀릴 뿐이다. 현 정부가 대우그룹의 해체와 구조조정작업에 떳떳하다면 사실확인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또 있다. 2001년 박정훈 전 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재옥씨가 모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사과상자에 넣어 보낸 어머어마한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김홍일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던 ‘정치자금’의 진실이다. 이런 식의 정치자금 스캔들을 우려해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항간의 소문에서 벗어나려면 정부는 스스로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를 증명할 책임은 우선 현 정부에 있다. 진실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김 전 회장도 증거제시 등 추가적 행동을 통해 의혹을 풀어야 한다. 이 문제는 어물어물 덮어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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