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당의 대지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대지 형상이 반듯하지 않고 부채꼴의 불규칙한 모양일 뿐만 아니라 집의 전면이 이웃집에서 잘 들여다보이며 조망은 완전히 차단돼있다. 그러나 집 뒤편으로는 북한산이 펼쳐져 보기드문 절경을 이룬다.
건축가의 역할이 대지에 적합한 집을 만들고 그 잠재적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단점이 많고 불리한 대지조건을 극복, 장점을 살려주는 것은 건축가에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자명당은 이런 대지의 특성을 고려, 중정(中庭)을 가운데 둔 ㄷ자형 배치로 전면에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중정이 집의 중심공간이 되도록 했다. 또 뒤편 경관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현관을 집 뒤쪽에 둬 출입하면서 북한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식당과 이층 아이들방 서재에 열린 공간을 배치하고 경관이 가장 좋은 모퉁이에 계단을 설치, 북한산이 집속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자명당의 가장 큰 특징은 집안 내부에서의 동선. 단순한 공간의 연결이 아닌 회유할 수 있는 길, 다시 말해 즐기면서 다닐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계획한 산책로다.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길은 바쁘게 집으로 들어가는 기능적인 길이 아니라 이 집에 오기 위해 지나쳐온 몇차례 꺾이는 좁은 골목길의 연장이며 북한산을 만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거실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할머니방을 지나면서 안채로 연결된다. 계단에 이르면 수평적 동선이 수직적으로 바뀌면서 이 집의 구심점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는 앞으로 중정이 보이고 뒤로 북한산이 보인다.
이 집의 마당은 전통주택에서 볼 수 있는 구성으로 돼 있다. 중정은 안마당으로 안방 식당 부엌 할머니방 아이들방 등 프라이버시가 요구되는 안채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사랑채에 해당하는 거실 앞마당은 사랑마당이다. 여기에 현관과 대문을 잇는 진입마당, 서비스를 위한 부엌마당 등으로 마당이 구성돼 담과 주택사이의 공간은 적극적 마당공간을 이루고 있다.
김흥수<모람 건축사사무소 소장>
▼약력
△서울대건축과졸 미국미시간대 디자인석사 △명지대 서울시립대 강사 △서울시 건축문화상 수상 △종합건축사무소 단우 모람 02―595―5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