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뻔, 진짜 힘들었다”…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위로와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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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6일 1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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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자신의 어려운 시절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함께 자리한 우리나라 양익준 감독은 “위로가 된다”며 솔직담백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야기에 고마움을 표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로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 필름메이커 토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했다.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모더레이터로 토크를 진행했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양익준 감독이 6년간 지지부진한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그는 “처음에 보신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화 시나리오는 1998년에 쓰고 영화를 만들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나는 그 영화를 데뷔작으로 생각했는데 당시는 방송 어시스턴트 디렉터여서 기획을 가져와도 아무도 거들떠 봐주지 않았다”면서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기획을 제안했던 회사가 부도 나고 망하고 프로듀서가 사라진다든지 하더라”고 어려움이 있었던 시절에 대해 운을 뗐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가 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고 중간에 포기할 뻔 했다”면서 “그 때 그 타이밍이 잘 돌아가 (제작사 및 스태프를)만나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만약 내가 하고 싶다고 할 때 영화를 만들었으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작품은 태어나기 위한 시점에 태어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익준에게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생각되는 시점이 오실 거다. 양감독님도 그렇다”고 말했다.

양익준 감독은 “어마어마한 위로”라면서 고마워하며 ‘힘들었던 시절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레에다 감독은 “진짜 힘들었다. 첫 영화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일단 해버렸고 나와 프로듀서가 거의 처음이어서 1억엔 정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5000만엔 정도밖에 자금이 준비가 안 됐는데 찍어버렸다. 지금 같으면 절대 그런 일 하지 않고, 주변에 그렇게 하려는 사람 있으면 못 찍는다고 말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내가 스스로의 능력을 안다. 뭘 못하고, 무엇이 성장했고 무엇이 아직 안 됐고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면서 “데뷔작을 (빚을 지고)완성해 사람들에게 보여도 돈을 내겠다는 사람도 없고 재밌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프로듀서와 ‘큰일났다’ 하는 대화를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들어해준 사람이 나와 베니스영화제에 갔고 기적적으로 전개가 좋아졌다. 기적이다”라고 첫 영화를 개봉하게 된 이야기를 알렸다.

또 “이후에 매번 한 작품을 더 찍을 사람을 찾으며 외줄타기를 했다. 극장 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하고 이런 얘기를 30대 때 계속했다”고 했다.

양익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자리에 모인 예비 감독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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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쪽이 자신에게 맞는가를 간파해나가라”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따르면 감독들은 연출만 담당하고 다른 부분을 모두 다른 이에게 맡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자신이나 이와이 슌지 감독처럼 직접 작품의 작은 부분까지 관여하는 스타일의 감독이 있다. 두 가지 중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를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나는 TV 출신이다 보니까 자신이 기획서를 써서 투자하는 사람에게 프레젠테이션도 해야하고 방송 전까지 어떻게 완성하느냐 하는 것의 토탈이 감독의 일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조그만한 심야 프로그램은 예산이 없고 PD가 다 해야해서 예산 관리부터 다 한다. 지금은 돈 걱정하고 싶지 않지만 20~30대는 예산서까지 짰다”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년간 매년 영화를 찍어 거의 일상이 없다며 앞으로 1년간은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니까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은 영화제 갈 때밖에 없고 하는 상황이 5년간 계속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대로 갈거야’ 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데 이대로 5년 똑같이 계속 하는 것보다는 일단 조금 영화 이외의 것들을 ‘인풋’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템포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다”면서 “나 이제 ‘쉴거야’ 하면 쉬어야지 그러면 쉴 때 뭘 하는가 하는 목록을 작성하는 타입이다. 그런 게 아닌 상황을 올해부터 내년까지 제대로 가져봐야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알렸다.

더불어 양익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일상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에 초등학교에서 (작품을)찍을 때 학교에서 학생들, 그 학부형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서 카메라를 돌게 하는 교섭을 해야한다. 그때부터 담임 선생님들과 친해져서 지금까지 교류가 이어져오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일상이 아닌 것에서 만들어진 인간관계가 30년간 이어진다면 그것이 일상이 된다. 그것으로 인해서 제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이 현실이고 영화 현장에서 만난 사람이 허구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고등학교 동창들과는 연하장을 주고받는 것 외에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됐다. 그것은 쓸쓸한 느낌이 든다”며 “쉬게 되면 그런 시간을 갖게 될지 모르겠다. 결코 허구 속에서 채워지는 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곳에서 저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행사 말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들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이창동 감독에 대해 “‘박하사탕’ 때부터 ‘오아시스’까지 엄청난 사람이다. 영화를 보면서 엄청난 사람이 나왔구나 했었다. 저렇게 잔인한데, 잔혹한데도 아름다운 것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며 “”인생의 잔혹함, 잔인함에서 눈을 피하지 않는다. 거기 묘사된 인간들이 위악적이지 않고 아름답다.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다. 그것이 무척 현대적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허우 샤오시엔 감독을 자신의 ‘오야지’(아버지)라 부르면서 ”동경의 대상이다“라며 ”허우 샤오시엔 감독님의 영화는 좋은 빛을 내고 있고, 좋은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라는 것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하는 영화기도 하다.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본인과 만났을 때 너무나 매력적이고 재밌는 분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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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의 재밌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심야 시간에 다큐멘터리 취재로 대만에 가서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밤이 되면 ‘노래방 갈건데 올거냐? 찍겠어?’ 하더라. 이건 찍어달라는 뜻인가 싶어서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하고 가면 열창을 하고 있다“면서 대만에서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매일 밤 노래방을 갔다고 했다.

또한 ”나는 오래 누군가의 밑에서 스승이라고 모실 감독이 있지 않았다. 방송으로 시작해서 영화계에 대해서 그만큼 아버지에 해당되는 존재가 없어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됐다.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프랑스 영화계 대스타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 분)와 딸 뤼미에르(줄리엣 비노쉬 분)의 재회를 그린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 만든 가족 영화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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