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희생자 19명 빗속 영결식… 눈물 젖은 크리스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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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면접간 예비여대생, 봉사천사… “불쌍한 내새끼” “엄마 어떡해” 오열
대피시키다 숨진 목사 추모 예배도… 합동분향소에 3800명 애도 줄이어

제천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에 
비가 내리고 있다. 시꺼멓게 그을린 스포츠센터 건물(오른쪽) 주변 상가들은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상가 유리창에
 ‘메리 크리스마스’ 영어 문구가 붙어 있다. 제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제천도 울고 하늘도 울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에 비가 내리고 있다. 시꺼멓게 그을린 스포츠센터 건물(오른쪽) 주변 상가들은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상가 유리창에 ‘메리 크리스마스’ 영어 문구가 붙어 있다. 제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유족은 눈물을, 하늘은 장대비를 쏟았다. “불쌍한 내 새끼”, “엄마 어떻게 해”, “당신 없인 못 사네” 탄식과 오열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로 숨진 29명 중 19명의 영결식이 장례식장 7곳에서 열렸다.

오전 9시 제천시립화장장. 숨진 김모 양(18)의 아버지는 화장을 한 딸의 유골이 든 하얀 항아리를 들고 봉안묘지를 향해 힘겹게 걸음을 뗐다. 빗방울이 눈물로 젖은 아버지의 눈가를 더 적셨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 양은 대학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한 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스포츠센터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여동생(17)이 마지막으로 언니의 유골 항아리를 가슴 깊이 안았다. 나무 상자에 담긴 유골 항아리는 봉안묘에 들어갔다. 묘 안에 흙이 뿌려지자 김 양 어머니는 실신하듯 쓰러졌다.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선 이모 씨(57·여)의 발인식이 열렸다. 이 씨의 시신이 누운 관 뚜껑이 닫히자 30대 딸이 소리쳤다. “안 돼, 엄마 안 돼. 아빠 이거 열어주세요.” 주변은 울음바다가 됐다. 발인식은 한동안 중단됐다. 딸은 어머니의 영정을 껴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화재가 발생한 21일 교회에서 봉사활동에 쓸 음식을 장만한 뒤 “힘들다”며 스포츠센터 건물 2층 사우나에 갔다가 숨졌다. 한 지인은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제일장례식장에선 이모 씨(76)와 추모 씨(69·여) 부부의 영결식이 열렸다. 금실 좋았던 부부는 목욕을 하러 함께 사우나에 갔다가 화를 당했다. 사위는 “아버님이 평소 살갑게 어머님을 돌보셨다. 어머니가 여탕에서 안 나오시니까 아버지가 어머니를 찾으려다 돌아가신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제천 중앙성결교회에서는 숨진 박한주 목사(62)와 박재용 목사(42)의 추모 예배가 열렸다. 신도들은 “두 목사님이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키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제천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23, 24일 3800여 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23일 발인식을 한 장모 씨(64·여)의 남편 김모 씨(65)는 분향소에서 “다 필요 없어. 우리 ○○ 없이는 살지를 못해”라며 울부짖었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전채은 기자
#제천#스포츠센터#화재#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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