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1호는?… 국민연금, 한진그룹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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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18일 열릴 기금운용위서 판가름
적용 결정땐 3월 주총서 실력행사… 조양호 회장 경영권 방어 힘들수도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된다면 지난해 7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사모펀드(PEF)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향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한진그룹을 향한 경영권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이달 18일 개최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반영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해 3월 예정된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해 조 회장 일가(28.93%), PEF인 KCGI(10.71%)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이후인 지난해 6월 대한항공에 경영관리체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어떠한 답도 없자 기금운용위 일부 위원들이 대한항공과 지주사인 한진칼을 적극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을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 기금운용위 위원은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지며 주가도 저평가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이 큰 만큼 주주권을 강하게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결정하면 주총에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자신들이 선정한 이사 후보들을 새롭게 추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일가의 한진그룹 경영권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한진그룹 경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KCGI가 한진그룹의 물류 자회사 ㈜한진 지분 8.03%를 사들이며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과 KCGI가 공동 전선을 펴게 되면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이 사실상 경영 참여인 만큼 기업들의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을 통한 정권의 기업 길들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배석준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국민연금#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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