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물 떨군 이영복… ‘자물쇠 입’ 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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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조사-변호인 접견중 ‘주르르’… 공황장애 심화… 재범형량 부담
심경 변해 로비 털어놓을지 주목

 ‘과연 이번에는 입을 열 것인가.’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7)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게이트’로 본격 비화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다. 엘시티 이영복 회장(66·사진)은 자신이 로비한 대상을 절대 수사기관에 털어놓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자물쇠 입’으로 불렸고 이를 발판 삼아 거미줄 같은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이 회장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 때와 변호인 접견 중 눈물을 흘렸다. 3개월간의 도피 생활을 벌이다 이달 10일 체포된 이 회장은 22일 변호인과 만나 “너무 힘들다”라며 펑펑 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간 검찰 조사에서 “평소 지인들에게 호의로 골프 및 식사 접대는 했고 사업상 필요해 회삿돈을 잠시 유용한 건 인정하지만, 누군가에게 특별한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주진 않았다”라는 입장만 유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구속 이후 평소 앓고 있던 공황장애가 더 심해진 데다 최근에는 우울증으로 가슴이 답답하다며 가족에게 심장병 약을 구치소에 반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으로 호송되기 전 구치소 의무실에도 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구속 수사 초기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570억 원 상당의 횡령액 중 200여 억 원에 대해선 사업 진행을 위한 활동비,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십 개의 계좌와 상품권 기프트카드 사용 명세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용처를 추궁하자 이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1차 기소 후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로비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와 오래 알고 지냈다는 A 씨는 “이 회장을 다대·만덕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직후 만났는데 왜 자신이 ‘자물쇠 입’이 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라고 말했다. 1998년 부산지검에 구속돼 조사를 받을 때 로비 사실을 상당 부분 털어놨다는 것이다. A 씨는 “당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너무 무서웠다고 했고 더군다나 이번에는 재범이라 형이 길어진다는 데 겁을 내고 있을 것이다. 평소 굵직하게 도움을 주고받았던 인사 중에 일부를 말하는 방식으로 횡령액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현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엘시티 사업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이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이 현 전 수석을 소환 전에 피의자로 입건했다는 점에서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손에 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소환 조사를 마쳐야 현 전 수석의 혐의를 확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권오혁 기자
#엘시티#이영복#사기#해운대#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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