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 신부복 입고 연단 오르자 반대측 “종교 메시지 비칠라”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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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시민참여단 토론 종료]토론회 내내 양측 신경전 팽팽
한수원 사장 발표 직전 무산되기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운명을 가를 2박 3일 토론회에서는 건설 중단 및 재개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치열한 토론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토론자들의 복장을 문제 삼거나 발표 직전 발표자를 연단에서 끌어내리는 등 신경전이 펼쳐졌다.

15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연수원 계성원에서 진행된 4세션 마무리 토의에서 양측의 신경전은 절정에 이르렀다.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건설 중단을 지지하는 주제의 발표자로 나선 조현철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의 복장을 문제 삼았다. 천주교(예수회) 신부인 조 교수는 신부복을 입고 등장했는데, 시민참여단에 종교적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조 교수는 양해를 구하고 신부복을 입은 채 연단에 올랐다.

공사 재개를 주장하기 위해 계성원을 찾을 예정이었던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발표는 무산됐다. 공사 중단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이 사장이 공공기관의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발표는 한수원 체코 원전수출담당 팀장이 대신 해야만 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시간 제약 때문에 의견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건설 중단을 주장하기 위해 나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론화위가 기계적 중립을 지키다 보니 양측의 의견이 제한적으로 전해진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상대 주장에 허위가 있으면 즉각 반박하고 추가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시민참여단은 전체적인 토론 분위기에 대해선 만족스러워하면서도 세부 운영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민참여단에 참가한 송호열 서원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공사 중단을 주장하는 단체들이 만든 자료에 원전과 미세먼지를 연결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을 위해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합숙토론을 감독한 A 씨는 “교수와 시민단체가 제시하는 데이터 차이가 커 참여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았던 부분도 문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시민참여단 이영자 씨(65·여)도 “언론 보도, 동영상 강의, 사전 배포한 자료에 나온 내용이 반복 소개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김순이 씨(63·여)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1, 2분으로 엄격하게 규정됐다. 토론이라기보다는 각자 생각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천안=이건혁 gun@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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