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년 연설]北과 대화재개 기싸움… ‘진정성’ 촉구하며 6자는 언급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4일 03시 00분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년특별연설에서 제시한 집권 4년차 양대 국정 과제는 안보와 경제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의 10년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세계일류국가가 되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외교와 안보, 경제와 삶의 질, 정치와 시민의식 등 모든 분야에서 힘차게 도약하자고 역설했다. 》
유화제스처 보인 北에 ‘말보다 실천’ 공 넘겨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년특별연설에서 밝힌 올해 대북정책 기조는 남북대화의 문을 열 수는 있지만 북한이 먼저 핵과 군사적 모험주의 포기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북남 사이의 대결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온 북한에 대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평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다시 ‘공’을 넘긴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북한 핵 폐기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외교로써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1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도 “올해는 남북관계에 중요한 한 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유엔이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논의가 급속히 6자회담 재개 쪽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해지자 “6자회담 재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히면서 북측과 대화 재개의 기싸움에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아예 ‘6자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자회담 재개 자체의 중요성은 1%밖에 안 된다. 비핵화에 기여하는 6자회담인지가 99%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직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국민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이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온다고 해서 덥석 응할 수는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엔 북한이 갈수록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결국 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세 분석도 깔려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대화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데 대해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북한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그 다
음에 어떤 액션을 취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환심정책 위험… 필요한 곳에 맞춤형 복지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복지 포퓰리즘’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많은 나라의 예가 보여주듯이 이는 재정위기를 초래해 국가의 장래는 물론이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돈을 쓰느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면 무상급식론을 비롯해 복지를 주제로 야권이 펼치고 있는 파상공세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안으로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다.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맞춤형 복지로 촘촘히 혜택을 드리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책정된 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과 절대 규모는 사상 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5%성장-3%물가… 원천기술 개발 지원 강화”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연설에서 3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내놓았던 ‘경제 살리기’ 약속을 상기시키며 경제 대통령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올해 3대 경제운영 목표는 △5% 경제성장 △3% 물가상승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서민·중산층 생활 향상이다.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TA)과 저탄소 녹색 성장을 통한 새로운 영역 개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제 성장을 거론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과학기술 분야였다. 이 대통령은 “원천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종합 지원책을 강화하고, 이공계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강조할 때도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서민체감 물가 관리에 힘쓰겠다”며 서민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지난해 ‘공정한 사회’ 천명을 전후로 이 대통령이 직접 챙겨 온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일도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고 중산층 복원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등 이웃한 무역대국과의 FTA 협상과 관련해 “신중하면서도 속도를 내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도 눈에 띄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브랜드 정책이 된 ‘녹색 성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데도 시간을 적잖게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녹색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엔까지 세계가 함께하고 있는 비전”이라며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도전정신 불타는 젊은이, G20세대라 부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신년연설에서 청년의 희망과 도전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를 무대로 뛰고 경쟁을 주저하지 않으며 창조적 도전 정신에 불타는 젊은이들을 ‘G20세대’로 부르고자 한다”며 “이 G20세대를 세계일류국가의 주역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직접 주재한 이 대통령은 ‘G20세대’라는 용어에 특별히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1인 창업’ 지원과 더불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금년 대학 졸업생부터는 좋은 일자리 취업이 크게 늘 것이며 투자가 많이 이뤄지면서 대기업 채용도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많이 늘고 있다”면서 “정부도 공기업이 1만 명 가까이 채용하도록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교육개혁과 관련해 “수능 과목을 줄이는 대신 교실에서 창의 수업이 이뤄지도록 교과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대학 입시의 자율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여나가는 교육개혁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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