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공약을 꺼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가 영세 가맹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아니라 ‘표심’만 노린 ‘표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한국갤럽과 영세 가맹점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18일 내놓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는 여론전에 나섰다. 조사 결과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경기침체(57.2%), 임차료(15.8%), 영업환경 변화(10.6%) 등이며 가맹점 수수료(2.6%)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정치권 단골손님 ‘수수료 인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1.3%에서 1.0%로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의 매출액 기준을 영세 가맹점은 연 2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중소 가맹점은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연 매출 5억 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30만 곳에 이르는 온라인 가맹점의 수수료(현재 3.5%)를 내리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수수료 인하를,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의 매출액 기준 상향 조정 계획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체크카드 수수료를 0%로 내리고 전체 카드 수수료의 ‘1%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대선 주자들이 하나같이 수수료 인하 공약을 내놓은 이유는 56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의 표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카드 수수료 인하는 선거철만 되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카드 수수료는 2007년 이후 9차례 내렸다. 2015년에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합의해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0.8%로 반 토막 냈다. 2012년 당시 3년마다 ‘적격 비용’을 측정해 수수료를 정하기로 했지만 3년도 안 돼 이번에 다시 수수료 인하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 ‘봉’ 되기 싫은 카드업계
카드업계는 이번 설문을 바탕으로 수수료 인하가 가맹점주들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가맹점주들은 경기 불황과 임차료 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수수료 이야기가 나와서 대안 짜기에 바쁘다. 3년마다 정하기로 룰을 정했는데 또 등장했다”고 말했다.
공약이 실행된다고 해도 가맹점주에게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수수료율을 0.8%에서 0.5%로 0.3%포인트 내리고 영세 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 원 이하로, 중소 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3억 원에서 3억∼5억 원으로 확대했더니 카드업계에 약 5500억 원의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맹점당 혜택은 연 24만 원 정도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5500억 원이면 지난해 카드사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이다. 타격이 크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가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가맹점 수수료 수익(11조600억 원)이 수수료를 크게 낮춘 전년(10조7300억 원)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배경으로 수수료율 자체가 거품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신협회는 이에 대해 “카드 사용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수수료 수익은 늘었지만 증가율은 7.69%에서 3.08%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정치 논리’로 흐르는 것을 경고한다.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핀테크 시대에 맞춰서 연구개발비 투입도 필요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내리면 장기적으로 고객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수수료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 해외처럼 제한선을 두는 등 간접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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