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외친 1000만개 촛불…시민들의 새해 소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일 22시 33분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0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세월호를 의미하는 노란 배 모형 주위에 촛불을 놓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0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세월호를 의미하는 노란 배 모형 주위에 촛불을 놓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토요일에 열린 10차 촛불집회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12월 31일에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바꿔 '송박영신(送朴迎新·대통령을 보내고 새 시대를 맞이한다)이라고 불렀다.

이날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1일 오후 9시를 기준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 누적 참여인원이 1000만 명을 넘었다. 한 의제로 1000만 명이 넘게 모인 건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9차 집회까지 주최 추산 893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이날 최소 107만 명(경찰 추산 6만 5000명)이 광화문에 모인 것이다.

10주에 걸친 촛불집회를 질서 있고 평화적으로 이끌었던 시민들은 새해 소망으로 '국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시대'를 꼽았다. 10번의 집회에 모두 참여한 강현호 씨(33)는 "처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공지 글을 보고 나오게 됐지만 10번째까지 올 줄 몰랐다. 국민 각자의 방법대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새해에는 퇴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남에서 온 최모 씨(71)도 '집회 개근자'로서 "나라가 어려울 때 태어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몇 사람이 나라를 망치는걸 보니 분하고 화나 나오게 됐다"며 "새해에는 시민들이 공정하게 잘 사는 나라, 정당한 대가를 받는 나라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시의 황점원 씨(59)도 "(촛불집회 참여는) 후손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오후 8시 전인권밴드와 기타리스트 신대철 등이 출연한 문화공연에서 시민들은 '아름다운 강산' '미인' 등 인기곡을 부르며 희망찬 새해를 기원했다. 시민들은 공연 후 청운효자동주민센터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며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특히 청운효자동주민센터로 향하는 길목인 통의동사거리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에게 컵밥분을 대접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행진 후 보신각으로 모여 제야의 종 타종식을 함께 지켜봤다.

단원고 학생 고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는 "(참사 후) 991일 동안 시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유족들이) 일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새해에는 세월호 인양으로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가 정착되는 게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親朴)단체도 주최 측 추산 72만 명(경찰 추산 2만 5000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야권(野圈) 정치인과 최순실 게이트 보도 언론사 등을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 질서유지를 위해 1만8400명을 도심에 배치했다. 특히 촛불집회와 친박집회간 충돌을 막기 위해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의회까지 세종대로 구간을 차벽으로 막아 완충지대를 만들기도 했다. 자정 제야의 종 타종식에서도 두 집회 참가자들을 분리하며 충돌 위기를 막았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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