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카타르 “최대 5년 계약 못지킬수도”
현실화땐 요금 인상… 산업계 부담
정부 “카타르산 비중 낮아 문제 없다”
국내비축 원유 해외 판매 과정서
우선구매권 행사 안한 석유公 감사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유럽 천연가스 가격 대표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이 표시돼 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시설 피격으로 국제 가스 가격이 오르고, 전 세계 가스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단지를 공격당한 카타르가 한국 등과 맺은 LNG 공급 계약에 대해 수년간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할 수 있다고 19일(현지 시간) 밝히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20년 장기 계약을 통해 들여오는 LNG 특성상, 이 계약이 실행되지 않으면 현물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가스를 사 와야 한다. 가격도 크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정부는 카타르산 LNG 수입 비중이 약 14%에 그쳐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 하루 새 10% 넘게 치솟은 천연가스 시장
2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LNG는 통상 10∼20년 단위 장기 계약을 통해 도입된다. 안정적으로 받아올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한국은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와 20년 단위 LNG 수입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카타르에너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대 5년간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불가항력은 전쟁, 설비 손상 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도 책임을 떠안지 않는 조항이다. 실제로 선언될 경우 최대 5년간 카타르산 LNG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국내 가스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카타르산 LNG 수입 비중이 약 14% 수준으로 높지 않고 대체 수입처도 확보돼 있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NG의 경우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해 국내 카타르산 LNG 비중은 2016년 35.5%에서 지난해 14.9%로 낮아졌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미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정부 차원에서 카타르산 LNG 물량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0’이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짜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동 사태가 길어질 경우 카타르 물량을 다른 곳에서 대체해야 한다. 이러면 카타르산보다 비싸게 들여올 가능성이 높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대표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1.5% 오른 61.0유로에 마감했다. 장중 74유로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28.1%를 LNG에 의존하고 있다. 난방, 취사에 주로 쓰는 도시가스도 대부분 LNG다. 가격 상승으로 전력·난방 비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부 등 정부는 실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물이나 중단기 계약 등을 통해 LNG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 불가항력 선언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불가항력 선언을 하면 카타르에너지 손실액이 100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 ‘나프타 수급난’ 산업계, 원자재 조달 위기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익성 악화, 원료 수급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LNG 공급 불안이 더해져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액화석유가스(LPG), 초경질유 등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면 산업 전체에 대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의 카타르 공습으로 공급망 차질을 빚게 된 LNG, LPG, 초경질유는 모두 국내 석화 기업을 가동하는 데 꼭 필요한 원자재다. LNG는 석화 핵심 시설인 나프타분해공장(NCC)을 돌릴 때 쓰는 주연료다. 초경질유는 천연가스 부산물로 나프타의 주요 원료다. 초경질유가 일반 원유보다 나프타를 뽑아내는 효율이 높아 초경질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확보하는 곳도 있다.
청와대는 “나프타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출 관리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해외 기업 소유 원유 90만 배럴이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해외로 판매된 것으로 확인돼 산업부가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석유공사가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6척을 통해 원유 1200만 배럴을 한국으로 보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 이후 민간 차원에서 확보한 원유가 대체 경로로 국내에 들어온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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