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미국 사회 묘사에 게임 용어 “킬 라인(kill line)” 사용

  • 뉴시스(신문)

“한 번 공격으로 처치 가능한 상태” 의미
미국의 빈곤 현상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
공산당 기관지가 공식 정치 용어로 격상

ⓒ뉴시스
킬 라인(kill line)이라는 게임 용어는 상대 플레이어가 한 번의 공격으로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약화된 상태를 가리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각) 중국의 논평가들이 미국의 빈곤을 자주 거론하면서 킬 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와 논평 사이트, 관영 매체들이 ‘킬 라인’이라는 용어를 반복해 사용하고 있다.

나은 삶으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임계점에 다다른 미국인들의 빈곤에 대한 공포, 즉 노숙, 부채, 중독, 경제적 불안 등을 아울러 묘사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중국 매체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에 경제적 고통이 깊고 널리 퍼진 곳으로 묘사해왔다. 그러나 킬 라인이라는 용어는 새롭게 등장했다.

킬 라인이라는 용어는 지난해 11월 초 빌리빌리 영상 플랫폼에서 ‘스퀴드 킹(Squid King)’이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

그는 5시간짜리 영상에서 자신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직접 목격했다면서 여러 빈곤 사례들을 제시했다. 추운 할로윈 밤에 음식을 구하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 낮은 임금 때문에 굶주리는 배달 노동자들, 치료비를 내지 못해 병원에서 퇴원당하는 부상 노동자들의 장면이 담겼다.

‘킬 라인’ 위에서는 삶이 계속되지만, 그 아래의 사람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서사가 확산하면서 민족주의 성향의 뉴스 사이트 관차와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에 실린 글들이 ‘킬 라인’을 미국 자본주의의 ‘실제 작동 논리’라고 묘사했다.

지난 연말 베이징일보와 남방일보 등 국영 매체들이 웨이보 플랫폼에 개설한 ‘핫 토픽’들에서 킬 라인을 집중 부각했고 관차는 2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미국의 빈곤, 의료, 노동 환경을 묘사하며 킬 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논평을 12편 이상 실었다.

연초엔 공산당 이론지 구시가 ‘킬 라인’을 미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으로 묘사한 논평을 실었다. 게임 용어가 정치 용어로 공식 격상한 셈이다.

많은 논평에서 보편적 기본 의료, 최저 생계 보장, 빈곤 퇴치 캠페인등으로 중국에서는 누구도 갑작스럽게 곤경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제도는 한 사람이 단 한 번의 불운으로 ‘죽임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킬 라인이 제시하는 서사는 중국인들에게 감정적 위안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목적을 지닌다.

NYT는 지금 이런 메시지가 급증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청년 실업률이 높으며 약 6억 명, 전체 인구의 약 40%의 연소득이 약 1700 달러(약 251만 원)에 불과하고 농촌 연금은 한 달에 20~30 달러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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