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미국 국무부가 앞서 우리 국무회의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중대한 우려(significant concern)를 갖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밝혔다. 하루 전 국무부 세라 로저스 공공외교 차관이 직접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이번엔 대변인 명의로 이 개정안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 그동안 한국의 디지털 규제 법안을 자국 빅테크에 해가 되는 조치로 인식해 불만을 드러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엔 정보통신망법을 정조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국무부는 이 법안 관련한 미 정부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대해 대변인 명의 답변에서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네트워크법(Network Act) 개정안을 한국 정부가 승인한 데 대해 미국은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선 안 된다”면서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며, 모두를 위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디지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로저스 차관은 전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 개정안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딥페이크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 또한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는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통하면 최대 5배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신설됐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도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특히 미 정부는 이 개정안이 한국에서도 사업을 하는 구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억압하려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단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타국의 디지털 규제 법안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해 국무부는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 입법을 주도한 EU 전현직 고위 인사 5명에 대해 미 온라인 플랫폼 기업 검열 등 이유로 입국을 금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 추진과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 등을 두고 꾸준히 불만을 표시해온 미 정부가 이젠 정보통신망법까지 묶어 ‘빅테크 검열’ 프레임을 씌워 한국을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한미 통상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디지털 규제를 명분으로 우리 정부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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