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시행한 전자입국신고서 표기에 대만 ‘공식 항의’
2004년부터 유지한 외국인등록증 ‘중국(대만)’ 표기엔 문제 제기 없어
전자입국신고서 상 ‘지역/국가’란(이미지 위)에 ‘대만’ 선택·기입이 가능하고, ‘직전 출발지’ 선택란(이미지 아래)에 ‘중국(대만)’ 선택창을 확인할 수 있다.(전자입국신고서 캡처)
2월부터 시행된 한국의 전자입국신고서(E-Arrival Card)의 ‘중국(대만)’ 표기를 두고 대만의 불만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2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하는 대만인의 외국인등록증에 ‘중국(대만)’ 표기법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대만의 항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12일 고심 중이다.
대만 외교부는 지난 3일 한국 전자입국신고서 시스템에서 대만이 ‘Taiwan’이 아닌 ‘China(Taiwan)’으로 표기된 것에 문제가 있다며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작성 과정에서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며 이에 대해 불만과 실망을 표한다”라고 정정을 요구했다.
류쿤하오 대만 외교부 동아시아·태평양사부사장은 지난 9일 “대만은 한국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더욱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11일 대만의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도 직접 나서 “한국은 대만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 두 나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 지역 평화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지역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우회적으로 표기 정정 요구를 밝혔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 정부는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표기가 자신들이 입장과 배치된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대만의 반응에 대해 “정부는 대만과 비공식적 실질 협력을 증진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구체적 조치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외교부 내에서는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대만인의 외국인등록증에 지난 2004년부터 ‘China(Taiwan)’이 표기돼 왔고, 이와 관련한 대만의 공식 항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반응이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등록증은 한국에 90일 이상 초과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된다.
또 12일 기준 전자입국신고서에서 이름, 여권번호 등 개인의 신상을 적는 ‘기본정보’란에는 대만 국적자가 자신의 국적을 ‘Taiwan’으로 기록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만이 문제를 제기한 항목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록하는 곳에 적힌 ‘China(Taiwan)’인데, 오히려 개인의 국적을 기록하는 곳에는 대만이 원하는 방식의 국적 표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 때문에 외교부는 대만의 문제 제기에 ‘다른 이유’가 내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대만이 내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집권 민진당이 반중 여론을 통한 결집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크게 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개념을 존중하고 있다.
비수교국과는 외교공한을 교환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정부 내에 대만에 대한 ‘공식 표기법’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괄적 표기법을 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자칫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정부는 지난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는 대만을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명기했다. 이는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통용되는 대만 표기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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