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신라 금관을 선물 받은 뒤, 미국 주요 방송 3사의 토크쇼에서 잇달아 풍자 소재로 등장했다.
진행자들은 트럼프의 ‘왕관 선물’을 놓고 “한국에서 왕 해보는 게 어떠냐” “버거킹이 됐다”며 조롱 섞인 농담을 쏟아냈다.
● “한국에서 왕이나 해보라”…ABC ‘지미 키멀 라이브’ 직격탄
29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의 ‘지미 키멀 라이브’는 이날 토크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신라 금관을 받은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수백만명이 왕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친 ‘노킹스’(No Kings) 시위를 보고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선물로 딱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키멀은 그러면서 “대통령이란 사람이 얼마나 쉽게 조종당하는 건지 정말로 창피하다. 마치 아이들에게 포켓몬 카드를 쥐여주는 것과 같은데 그냥 한국에서 왕이나 해보는 게 어떠냐”고 풍자했다.
● NBC 세스 메이어스 “자국에서도 왕실 대접 받고 싶어해”
NBC 방송의 세스 메이어스는 “트럼프는 특별 대우를 받는 걸 좋아하고 아시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카메라가 사라지자마자 금관을 써볼 수 있냐고 묻더라. 오래된 왕관을 쓰면 오래전에 죽은 왕의 분노를 살 위험이 항상 따르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약궤를 열면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처럼, 트럼프는 유령이 나오면 바로 내각에 채용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 문제까지 비꼬았다.
메이어스는 “트럼프는 왕실 대접을 정말 간절히 원하는데 자국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며 “그러니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를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라금관 선물을 풍자하는 세스메이어스. Late Night with Seth Meyers 유튜브 캡처
● “한국이 트럼프를 버거킹으로 만들었다”…ABC ‘더 레이트 쇼’
또 다른 ABC 간판 프로그램 ‘더 레이트 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나는 한국인들이 트럼프에게 아부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트럼프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커다란 황금 왕관을 줬다”고 평했다.
트럼프가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케첩을 많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선 “말 그대로 한국인들이 트럼프를 버거킹(Burger King)으로 만들었다”고 말해 방청객들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받고 신라 금관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수여식 자리에서 “이 금관은 정말 특별하다. 무궁화대훈장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지금 바로 착용하고 싶다”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 트럼프 조롱한 3사 토크쇼, 親 민주당 성향 방송으로 평가받아
미국 주요 방송 3사는 모두 민주당 성향의 대표적인 토크쇼로, 트럼프의 정치적 발언과 외교 행보를 풍자해왔다.
이 때문에 지미 키멀 라이브는 트럼프의 압박으로 인해 제작 중단을 겪었지만, 미국내 언론의 자유 논란이 커지면서 1주일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더 레이트 쇼의 경우 트럼프의 지속적인 압박에 2026년 5월 종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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